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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에 외면당해 전교조 고립”
‘전교조 창립주역’ 김진경 前청와대 비서관 쓴소리
“방과후 학교·교원평가제 대안없이 반대만”
“소외계층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은“전교조가 대안도 없이 사사건건 교육정책에 반대를 하면서 교육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전교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태경 객원기자
“지나치게 교사 집단만을 대변하느라 학생·학부모로부터 외면당하고 고립되고 있다.”
김진경(金津經)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53)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매섭게 질타했다. 김 전 비서관은 전교조 초대 정책실장을 지내는 등 전교조를 만든 핵심 주역 중 한 명이다.
김 전 비서관은 15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전교조에 대해 “노조로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구체적 대안 없이 사사건건 무조건 반대만 하는 전교조가 때론 교육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전교조의 비합법화 기간이 길어지면서 반정부 투쟁을 너무 오래하다 보니 아직도 관성적으로 투쟁을 벌이는 경향이 있으며 이 때문에 대안적 정책 역량을 키우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전 비서관은 “우수한 사람 수십만명이 모인 교사집단에 대해 사회에서 거는 기대가 크고 당연히 책임도 있어야 하는데 전교조가 보여주는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며 “이제 반대세력에서 한 단계 넘어 대안세력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386세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그는 “사교육 시장이 이제 자생적 생존이 가능할 만큼 엄청 커졌는데, 198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386세대들이 사교육 시장에서 큰 돈을 벌어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을 비틀려 하는 현실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지식층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사회적 공동선을 얘기하고 실천했는데, 여권의 386세대를 포함한 현재의 지식층은 개인적 이해관계에 집착해 상위계층에 진입하려는 경쟁에만 휩쓸려 있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전교조의 교원평가 반대와 관련, “추진 방법 등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어도 국민적 요구로 볼 때 교원평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잘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직사회에 건전한 경쟁을 불어넣기 위해 작년 처음 교원평가제를 시범 도입했으며, 전교조는 교원평가 저지를 올해 최대 투쟁 목표로 정해놓고 있다.
방과후학교 정책에 대한 전교조의 반대와 관련해서도 그는 “소외지역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의미 있는 정책으로, 학력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인데 일부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이를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사교육을 학교 내에서 흡수하고 소외계층의 학력증진을 위해 올해부터 방과후학교를 대대적으로 확대하려 하나, 전교조는 입시과목 위주로 흐른다며 반대해 왔다. 그는 “전교조가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해 뭘 할 수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김 전 비서관은 전교조의 초창기를 거론하며 현재의 전교조에 대한 아쉬움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그는 “초기에 전교조 교사들의 주된 관심은 ‘학생 교육’에 있었지만 지금은 교사의 이해관계가 앞서는 등 순수한 정신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자립형사립고, 국제중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 그는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사고나 국제중학교 설립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정책 대안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중산층 이상에 대한 정책만 얘기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그동안 자립형사립고와 국제중학교에 대해 ‘귀족학교’라며 반대해왔다.
김 전 비서관은 최근의 교장공모제 논란과 관련, “초·중등 교육이 변화하려면 지역사회의 힘이 학교 안에 들어와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장기적으로 교육자치와 지방자치가 통합돼야 하며, 이런 것 없이 교육제도만 바꾼다고 해서 교육이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혁신위 산하 교원특위가 논의 중인 과정에 교육부가 반대입장을 내는 것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으로, 형식적으로나 상식적으로도 잘못된 일”이라며 “2기 교육혁신위가 할 일 중 가장 큰 것이 교장제도 개선인데 혁신위를 허수아비로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김 전 비서관은 자신이 전교조를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는 데 대해 “평소의 생각을 말한 것으로, 과거에도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을 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키워드 전교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한국교총과 함께 양대(兩大) 교원단체다. 전국 초·중·고 교사 36만명 가운데 전교조 회원은 9만명으로, 한국교총 17만명보다 적지만 결속력은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국 1만여 학교 중 8600여 학교에 분회가 설치돼 있다. 1989년 참교육을 기치로 출범, 1999년 합법화됐다. 초기에는 촌지 추방 운동 등을 벌여 학부모의 박수를 받았으나, 합법화 이후 지나친 집단이기주의와 반미(反美) 등 이념교육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양근만기자 stud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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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前비서관은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 비서관은 전교조 창립멤버이며 초대 전교조 정책실장을 맡았다. 서울대 국어교육과 출신으로 양정고 교사 시절인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해직됐다가 1989년 전교조 창립을 주도했다. 이후 전교조 등을 통해 교육운동을 오래 했다.
‘스스로를 비둘기라 믿는 까치에게’라는 책을 썼으며 1980~90년대 운동권들은 교육현실을 들여다보기 위해 이 책을 교과서처럼 읽었다. 김 전 비서관은 2004년 작가·평론가 120명이 뽑은 ‘올해의 시인’ 6위에 오르고 2001년에 펴낸 동화집 ‘고양이 학교’는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 출간됐다.
지난 2월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으며 최근 프랑스의 아동 청소년 문학상 ‘앵코 티블 상’(Le Prix des Incorruptibles)을 수상했다.
입력 : 2006.06.16 00:3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