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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정준호] flat tax개혁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2005/11/25)
등록일 2006-06-07 조회수 9388
flat tax개혁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요즘 감세를 둘러싼 여야간의 논쟁이 뜨겁다. 한나라당은 내년도 예산을 8조여 원 정도 감축하고 그에 맞추어 감세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서민과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예산규모도 부족한 형편이어서 삭감하는 것이 옳지 않으며, 특히 감세는 부자만을 위한 편향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요즘 경제가 내년에는 견실한 회복기미를 보인다는 주장이 다시 대두되고 있지만, 아직은 우리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할 것 같다. 얼마 전 한국은행에서는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장기적인 하락추세에 있다는 보고서를 낸 일이 있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성장잠재력의 장기적 하락요인으로 열거한 투자부진, 인구의 고령화, 생산성 둔화 중에서 아직은 반전을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경기회복 가능성에 대비한 정책보다는 하향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장기적 하락요인 중 투자부진은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고, 인구의 고령화추세는 근로자들의 생산의욕제고와 여성근로자의 생산 활동 참여 독려로 상쇄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에 가장 적절한 방안이 flat tax(단일세)제이다. 왜냐하면 이 flat tax제가 투자촉진과 여성근로자의 생산 활동 참여를 가장 자극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flat tax제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봉급생활자들의 세 부담을 낮추어주어 이들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자극하는 일이다. 이런 결론은 최근 보도되고 있는 사실들에 의해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 즉 국민부담액이 지난 4년 동안에 37%나 증가하였고 금년에도 이것이 작년에 비해 9%나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국민부담이 이렇게 급증하는 상황에서 그 부담이 봉급생활자들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즉 현재 봉급생활자들은 자영업자들보다 4배나 더 무거운 세금을 부담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서 우리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됨에 따른 부담도, 자영업자들의 부담회피로, 봉급생활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추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조만간 봉급생활자들의 부담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질 위험성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봉급생활자들은 생산 활동에서도 중심에 서있을 뿐 아니라, 소비활동에서도 중심에 서있다. 그래서 이들의 세 부담이 너무 높아 사기가 떨어지면, 그 효과는 생산 활동의 위축으로 끝나지 않고 이들의 소득감소를 통한 소비활동의 위축으로까지 확대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기침체를 예방하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여성근로자의 생산 활동 참여를 독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봉급생활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시급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세제개혁이 성공하려면, 이런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첫째로 봉급생활자들의 세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정부의 세수(稅收)는 가능한 한 감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여, 정부지출의 축소를 통해 국민 전체의 세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봉급생활자의 세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지만, 정부지출축소에 대해서는 관료들의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로 봉급생활자들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세제개혁이 공평성(fairness)을 잃어서도 안 된다. 특히 요즘처럼 공평성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세제개혁은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봉급생활자들의 세 부담을 덜어주면서, 투자와 여성의 생산 활동 참여를 자극할 수 있는 세제가 바로 flat tax제인 것이다. 이 제도는 저소득층을 완전히 면세해주고, 기업이나 개인에게 소득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똑같은 낮은 단일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또 세액공제 등 특별제도도 없애는 방법으로 조세징수절차를 최대한 단순화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는 1960년대에 프리드만에 의해 처음으로 고안되었고, 1981년에 와서는 구체적인 단일세(flat tax)법개정안이 처음으로 의회에 제출되었었다. 그 후 많은 정치인들이 이 flat tax를 반영하는 세제개혁 법안을 의회에 지속적으로 제출하였었지만, 한번도 의회를 통과하는 데 성공하지는 못하였다. 미국에서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세인(世人)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던 이 단일세제가 새롭게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공산권에서 해방된 에스토니아가 1994년 경제재건을 목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여 큰 성공을 거둔 이후였다(세율: 26%). 그 후 라트비아, 슬로바키아, 러시아 등 주로 구공산권제국이 이 제도를 도입하여 하나같이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것이 계기가 되어 단일세제의 장점이 세계적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의 고이즈미 수상까지도 이 제도에 대해 관심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 세제개혁은 유럽 선진국들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세 부담을 경감해주는 이 단일세제의 효과 때문에 자국기업들이 구공산권지역으로 옮겨갈까 두려워하고 있는 유럽 선진국들은,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유럽연합가입 구공산권제국과 자기들과의 세율을 같게 하자고 주장하고 있거나, 스스로 이 세제를 채택하려 하고 있다. 이런 논의가 별로 없었던 독일에서도 최근 기민당이 단일세제 개혁을 신봉하는 사람을 야당내각(shadow cabinet)의 재무상으로 임명하여 선거효과를 노렸었으나, 이 단일세제로 복지제도가 축소될 것을 우려한 국민들이 별로 찬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세제를 채택해도 세수감소가 없을 것이라는(revenue neutral) 주장은 여러 가지 형태로 제기되고 있다. 에스토니아에서 단일세 개혁 1년 전인 1993년에는 일반세입이 GDP의 39.4%이었으나, 단일세 개혁 후 8년째인 2003년에는 GDP의 39.6%에 달했다는 사실이 그 증거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학자들은 세수감소를 없게 하는 세율을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현재 미국에서 제안되어 있는 단일세제안에는 17%안과 19%안 두 가지가 있다. 단일세제의 공평성에 관해서, 단일세제를 제안한 미국학자들은 저소득층의 면세가 공평을 기하는 하나의 방법이며, 과거 세 차례에 걸친 미국의 세제개혁 역사를 보아도 누진세율이 낮아질 때마다 부자들의 실제 세금납부액이 전체 세수에서 점하는 비중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어떤 뉴질랜드 학자는 현행 뉴질랜드의 누진세제에서의 소득계층별 조세납부액과 단일세제 밑에서 낼 것으로 예상되는 계층별 조세액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단일세제가 누진세보다 공평성이 떨어지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세율을 낮추면 조세회피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 실례로는 러시아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단일세 개혁 전(12%, 20%, 30%의 3개 누진율)에는 조세포탈이 너무 심해서 세수가 GDP의 12.4%로까지 감소하여 정부지출이 어려움을 겪었었다. 그러나 단일세(13%)제 개혁 1년 후에는, 러시아의 세수는 실질가격으로 26%나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단일세제가 실시되면 봉급생활자들은 낮아진 세율뿐 아니라 이런 효과로 인한 추가적인 경감효과도 누리게 될 것이다. 끝으로 생산과 관련하여 다시 한번 강조할 것은 단일세제가 투자에 대한 면세를 통해 투자를 촉진하고 주주배당에 대한 이중과세를 근본적으로 제거해 주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 활동과 그 효율을 크게 높여준다는 점이다. 또한 이 제도는 세제를 단순화해주기 때문에 기업이나 개인에게는 세금납부와 관련된 직간접 비용(compliance cost)을 절감할 수 있게 해주고, 생산 활동과 무관한 회계업무와 세무업무에 종사하는 인적 자원을 장기적으로는 생산적인 분야로 옮기는 효과를 통해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주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