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인이 현금이나 채권(債券)이나 땅이나 주식을 재단법인에 내놓고 그 재단법인의 헌법인 정관에 따라 이사에 취임하여 재단법인을 경영하는 때에 그 재산권은 누구의 것인가?
이 물음에 답하려면 재산 또는 재산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하게 된다. 재산이란 어느 누구에게 배타적으로 귀속되는 것이 고유하거나 합당한 것(that which is peculiar or proper to any person ; that which belongs exclusively to one)이다. 그것은 값이 나가는 권리와 이익의 모든 종류이다(every species of valuable right and interest). 재산권이란 그 ‘값나가는 것’을 처분할 수 있고,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사용할 수 있고, 누구의 간섭도 배제할 수 있는 권리이다.
재산권은 내집터의 소유권뿐 아니라, 지역권(地役權), 지상권, 근저당권, 질권과 같이 민법으로 정형화(定型化)한 물권에 국한되지 않고, 채권(債權), 채권(債券), 동업지분권, 주식(주주권리), 전환사채권리, 의결권 등 정형화되지 않은 수많은 채권적 권리관계(債權的 權利關係)나 기타 권리관계를 포함한다. 이 수많은 재산권은 무수히 생성되어 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금융업체들이 10단위 종류의 금융재산권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동안, 미국 등 선진국 금융기업들은 백단위 종류의 금융재산권을 다양하게 제공하면서 시민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법치국가의 재산권 보호
사회가 발전하여 고도화되어 간다는 것은, 단체법이 발전하여 주식회사, 유한회사와 같은 영리단체의 지분권(주식 등)이나 재단법인과 같은 비영리단체의 출연자권리(出捐者權利)를 철저히 보장하여, 그 보호를 신뢰하는 더 많은 예상투자자들이 재산을 더 투자하고 가치를 창출하고 그 성과를 경쟁하는 자유경제로 되어 간다는 것을 말한다.
주식회사든 재단법인이든 그 예상투자자나 그 예상소비고객을 속이지 않고 법질서를 위반하지 않는 한 그들의 자유와 창의를 최대한 보장할 때에 비로써 자유경제와 자본주의가 더욱 변영하게 된다.
주식회사나 재단법인의 기존 투자자가 경영자로서 예상투자자나 예상소비자를 일시적으로 속여 재산을 편취하거나 횡령하는 때에는 우선 투자자나 소비자들이 알아차려서 불법으로 이득을 취한 기존투자자나 경영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킨다. 그 속임수가 너무 교묘하여 상당기간 계속될 우려가 있으면 법질서를 유지하는 사법기관이 손해배상을 물리고 수사하고 처벌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속임수나 범죄를 범한 기존투자자나 경영자는 자유경제의 시스템기능에 따라 투자수익 내지 투자성과가 떨어져 재산을 잃게 되기도 하고 사법기관의 손해배상 판정이나 벌금으로 재산을 잃게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23조에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헌법 제119조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한 것이 바로 이런 뜻이다.
학교법인의 재산권을 지켜야 하는 이유
1917년 자칭 다수파(볼세비크)가 혁명을 일으켜 모든 공장과 학교에 소비에트를 조직하여 피용자인 근로자, 교사와 고객인 학생이 공장과 학교소유자를 몰아냈을 때 재산권이 짓밟힌 것과 1933년 민족사회주의(나치)가 사립학교를 장악하기 시작하였을 때 재산권이 짓밟힌 것 같은 경우만이 재산권침해가 아니다.
재산권의 보장 및 법질서의 절차를 무시하고 행정을 담당한 공무원(실질적으로는 공무원에게 지시를 하는 정치권력자)이 주식회사의 주주권행사나 재단법인의 의결권행사에 대하여 합법불법의 판가름과 당부당(當不當)의 판정을 하겠다고 나서도록 법을 만드는 순간 재산권침해가 시작되는 것이며, 법치주의가 관료명령체계로 바뀌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이 공산주의를 표방하지는 않지만, 사회를 기획(企劃)하고 통제(統制)하는 방법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주의 성향의 정권들의 공통된 속성이다. 이 기획과 통제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예상투자자들과 예상고객들이 투자안하기, 공짜얻기게임에 몰려들어 쇠퇴와 빈곤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시민들이 서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개인이 자기 돈으로 좋은 지식이나 특이한 지혜를 배우려는 사람에게 가르침의 서비스를 해줄 수도 있고, 영리업체가 가르침의 서비스를 해줄 수도 있다. 재단법인을 만들이 비영리체제로 가르침의 서비스를 해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법에서 학교법인이라고 별도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학교법인은 비영리체제인 재단법인이다.
요사이 공립학교나 사립학교에 출석하여 낮에 졸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영리업체가 서비스해주는 학원의 저녁시간에 눈을 똑바로 뜨고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기업의 이익이란 소비자 고객을 만족시킨 성적표이기도 한데, 교육서비스에서만은 이익을 비가치(非價値)로 보는 편향된 개념이 우리 사회 일부에 흐르고 있다.
학교법인에 현금이나 채권이나 땅이나 주식을 출연(出捐)하고 그 학교법인의 정관에 따라 이사에 취임하여 학교법인을 경영하면서, 이사는 학교운영방침, 교원 직원의 채용 해임, 학교장 선임, 학교예산결산, 후임이사 선임 등등 학교법인 경영 일반에 관한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 출연자에게 학교경영 의결권이 배타적으로 귀속되는 것은 ‘고유하고 합당한 것’이다. 또 그것은 ‘값이 나가는 권리와 이익’이기도 하다. 의결권을 통하여 학교경영을 하는 동안 학교에 축적한 현금 등은 이사 개인이 소비하거나 배당받을 수가 없다. 비영리로 하겠다고 약속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연자나 그 후계자가 자기들의 이상이나 신념에 따라 ‘값이 나가는 권리인 의결권을 배타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재산권이다. 그 출연자인 이사 대신 재단(Foundation)을 실체(實體)로 보는 법리해석(法理解釋)에 따르더라도 해당 학교법인에게 학교운영방침, 교원 직원 채용 해임, 학교장 선임, 학교 예산결산, 후임이사 신임 등의 결정권이 배타적으로 귀속하는 것이 고유하고 합당한 것이며 값이 나가는 권리와 이익이다.
출연자나 그 후계자인 이사가 재단의 실체 또는 재단의 이름을 통하여 의결권을 배타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고유하며 합당하고 값나가는 권리와 이익이다. 이것이 바로 학교법인의 재산권의 내용이며 본질이다.
사학법 개악의 폐해
2005년 12월 9일에 국회에서 가결한 사립학교법 중 개정법률 제14조 제3항이 학교법인(출연자나 그 후계자)의 의결권의 4분의 1 이상을 피용자, 고객, 예상고객(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회)가 추천한 사람이 차지한다고 규정하고, 제21조 제5항이 감사 중 1명을 역시 피용자, 고객, 예상고객(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회)가 추천한 사람이 차지한다고 규정한 것은, 행정을 담당한 공무원의 학교법인 의결권행사 개입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어, 학교법인, 출연자나 그 후계자의 의결권을 빼앗아 피용자나 고객에게 나누어 주는 ‘은밀한 혁명’을 한 것이다.
4분의 1 이상이라든가 그 배수추천이라든가의 잔재주가 ‘은밀한 것’일 뿐이다. 그에 더하여 정치권력자의 지시를 받는 행정공무원이 기획 통제하는 규정들을 구석구석에 넣어놓은 것이 2005년 12월 9일에 국회에서 가결한 사립학교법 중 개정법률이다.
제20조의 2가 학교법인의 이사가 교육관계 법규정을 위반하거나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때 이사취임승인을 취소하여 출연자나 그 후계자를 퇴출시켜 버릴 수 있고, 임원간의 분쟁 회계부정 및 현저한 부당 등으로 인하여 당해 학교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한 때 출연자나 그 후계자를 퇴출시켜버릴 수 있게 한 것은 그 중 한두 개의 예이다.
행정공무원의 말씀(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학교법인의 출연자 후계자의 의결권(재산권)을 박탈한다. 학교 안에서 이념으로 무장된 일부 피용자들이 작당하여 학교장실을 15일간만 점거농성하고 현지 경찰서장이 방관만 하면 학교운영에 중대한 장애라고 하여 행정공무원이 학교법인 출연자나 후계자의 의결권(재산권)을 박탈한다. 헌법의 재산권보장을 없앤 것이다. 이제부터 행정공무원의 ‘명령’을 고분고분 따르려 하지 않거나, 피용자들의 ‘점거농성’에 굴복하지 않으면, 학교법인의 출연자나 그 후계자는 퇴출되게 되어있다.
소비자는 이 현상을 알아차린다. 기러기아빠가 문제가 아니라 자녀교육을 위하여 이민가는 시민들이 늘어날 것이다. 공산당 일당독재 교육을 하는 중국에라도 가서 공부하는 학생도 늘어날 것이다. 더 똑똑한 사람은 홈스쿨링을 시작할 것이다.
재산권 보장을 부자들만 보호하는 규정으로 착각하는 시민들이 아직도 꽤 있다. 그러나 재산권보장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 개방된 국제사회에서 가난한 가정에 살지만 의욕있는 어린 세대가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