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공소장’ 국회 제출 거부는 위헌·불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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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배보윤 변호사 | 등록일 | 2020-02-07 |
출처 | 문화일보 | 조회수 | 1612 |
배보윤 변호사 前 헌재 공보관·연구관 |
국회 법사위가 법무부에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의 공소장 제출을 요구했는데 추미애 장관이 이를 거부했다. 공소장 공개 제도가 마련된 2005년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달라졌느냐는 물음에 청와대는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말에 시행한 법무부 훈령 규정은 내사(內査) 사실을 포함한 피의 사실과 수사 상황 등 형사 사건 관련 내용 공개를 금지했지만, 기소 후에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공개를 허용토록 했다. 법무부는 공개 금지 이유로, “공소장 전문을 제출할 경우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건 관계인의 사생활·명예 등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공소장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의 제9조 제1항 제4호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되지 않는다. 공소장이 법원에 제출되면 재판이 시작되고 재판이 시작되면 재판정에서 증거 제출, 증언 등 공방을 통해 공정한 절차에 의해 범죄 유무가 가려지므로, 공소장 제출이나 공개 자체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제6호)와 관련해서는, 공소장에 기재된 피(彼)기소자 외의 사건 관계인은 익명 처리해서 공개하면 된다.
미국의 경우에도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기소되면 공개토록 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자유권으로서, 오늘날 능동적 수신의 자유 보장에서 ‘정보 탐색의 자유’까지 보장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국가가 위와 같은 모든 정보원(情報源)의 종류나 정보 제공의 방법에 따라 구체적인 정보의 흐름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것은 알 권리의 침해로서 위헌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이 사건은 국민이 주권을 직접 행사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인 선거(지방)에 있어 청와대의 기획, 개입 여부가 문제된 사안이다. 수사 진행 중에 극히 이례적인 수사 책임자 교체 등 대대적인 검사 인사도 있었던 와중에 기소된 사건인 만큼 국민은 이 사건에 관해 어떤 내용, 어떤 죄명으로 기소된 것인지 공판 개시 전이라도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
특히, 국회법 제128조에 따르면, 국회의 위원회는 직무상 그 의결로 안건의 심의 또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와 직접 관련된 서류의 제출을 정부, 행정기관에 요구할 수 있다. 국가기관이 서류의 제출을 요구 받은 경우,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그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다만, 군사·외교·대북 관계의 국가기밀에 속한 사항으로서 그 발표로 말미암아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의 예외가 있으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이번 사안이 해당되지 않음은 명백하다.
그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국회는 관계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제4조의2) 법무부의 공소장 제출 거부는 법 위반이 명백하므로, 국회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및 가처분 신청으로 속히 제출받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고, 법 집행의 책임자인 법무부 장관의 위법이므로 탄핵 사유도 될 수 있다.
‘이사전’을 읽고 조업이 읊었다는 ‘남이 모르는 일도 감추기 어려운데, 천하가 다 아는 일을 감추려 하여 화를 자초하는가’(欺暗尙不然 欺明當自戮·기암상불연 기명당자륙) 하는 시구가 문득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