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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회 본회의 임박… '공수처 신설안' 왜 비판할까
글쓴이 이승윤 기자 등록일 2019-11-26
출처 법률신문 조회수 1862

부패방지법학회·자유한국당, '공수처법 추진의 위헌·위법성 검토' 특별세미나

국회 신속처리대상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의 본회의 부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법조계·법학계에서는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헌법재판소 공보관을 지낸 배보윤(59·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수처법 추진의 위헌·위법성 검토' 특별세미나에서 "공수처 법안은 헌법기관인 검사의 수사·기소권한을 배제하는 것으로 헌법에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나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공수처 신설과 관련해 현재 국회 패스트 트랙에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52·사법연수원 29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권은희(45·33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두 건의 법안이 올라있다.

 

백 의원안은 원칙적으로 공수처에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권을 부여하면서 공수처 수사 사건 중 판·검사나 경무관급 이상의 경찰이 기소 대상에 포함된 경우에는 기소권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검찰의 기소권 독점에 예외를 인정하는 셈이다.

 

이에 비해 권 의원안(수정안)의 경우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부패범죄 수사 기능에 중점을 뒀다. 또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의 기소는 원칙적으로 검찰이 담당하되,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경우에는 기소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기소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의 기소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공수처장 임명 절차와 관련해서도 백 의원안은 국회에 설치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15년 이상 법조경력을 가진 사람 2명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한 반면, 권 의원안은 국회 인사청문 절차와 함께 국회 동의까지 받도록 했다. 두 법안 모두 공수처장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이 추천한 2명, 야당이 추천한 2명 등 7명으로 구성하고, 구성원 5분의 4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검사 배제하고 수사·기소권 행사… 헌법에 근거 없어

공수처장 임명 국회서 관여…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

후보 추천에 법원행정처장·변협회장 관여도 부적절

검찰개혁의 핵심인 정치중립성 확보와도 동떨어져

 

이와 관련해 배 변호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공수처 신설안에 대해 "헌법기관인 검사를 배제하고 수사·기소권한을 행사하는 수사기관을 신설하는 것은 헌법 어디에도 근거가 없어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공수처장 임명과 관련해서도 "공수처장 임명에 국회가 관여하는 점에 대한 헌법적 근거가 없고 권력분립의 원칙에 어긋나 위헌의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법원행정처장과 변협회장이 관여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공수처에서 수사·기소하면 법원의 재판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변협 역시 피고인·피의자 변호인의 단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고 이해 충돌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패스트 트랙 절차를 규정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대해서도 "법안 심의 절차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현재 패스트 트랙에 오른 법안들이 충분한 심의 절차를 거쳤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단순 다수결로 법안을 의결한다면 절차적 위헌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인환(66·16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도 "정치 이슈를 대화나 타협이 아닌 형사사건으로 해결하려는 '정치의 사법화', '수사 만능주의' 풍토 하에서 공수처 도입은 상대 정치세력 등에 대한 고소나 고발, 수사의뢰가 난무하는 '정쟁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표적수사를 통해 공수처가 상시 사찰기구로 변질될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국정 통제나 정적 제거를 위한 '정치적 수사기구'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는 형사사법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소 기관을 검찰로 일원화하고 있고, 기소권을 2개 이상 기관에 분리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기존에 도입된 부패방지 전담 기구인 국민권익위원회나 상설특검, 특별감찰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공수처 신설보다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도 "검찰개혁의 핵심 목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지나치게 강력한 검찰권의 남용 방지"라며 "공수처 법안은 검찰개혁 목표와 동떨어져 자칫하면 '대통령 친위대 창설법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부패방지법학회(회장 신봉기)와 자유한국당 당내 특별기구인 '저스티스 리그'가 공동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