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류·왜곡 심각한 초등 ‘코드 교과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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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 등록일 | 2019-04-29 |
출처 | 문화일보 | 조회수 | 2726 |
역사 왜곡과 국정교과서를 규탄해온 정부에서 만든 국정교과서 사회 책의 오류와 왜곡이 심각하다.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6학년 교사와 학생들이 사용하는 사회 교과서의 오류, 왜곡, 정치 편향이 도를 넘었다. 그래서 이 교과서는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정치적·당파적 교육을 회피할 권리, 인권을 존중받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교육을 받을 권리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에 의해 서울행정법원에 사용정지 가처분이 신청된 상태다.
이 교과서의 오류로는 갑신정변의 문벌 폐지를 갑오경장에 의해 폐지된 신분제 폐지라 하고, 사발통문이 아님에도 사발통문이라 하고, 일본 노동자 사진을 조선인 강제징용자 사진으로 둔갑시켰다. 또, 열무당을 다른 건물인 연무당으로, 이미 허문 영은문 근처에 지은 독립문을 그 자리에 지었다고 하며, 자주민·의궤·세도정치·주권 등 용어 설명이 틀렸다.
헌법의 이념을 부정하면서 정치적 편향을 보인 내용도 너무 많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하고, 대한민국의 정부 수립과 유엔의 승인을 누군가 최종적으로 고의로 삭제해서, 남한은 정부를, 북한은 국가를 수립한 것으로 왜곡했다. 나라의 정당성·정통성·정체성을 파괴함으로써 학생들로부터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빼앗아갔다.
동학, 4·19, 5·18, 6월항쟁, 촛불집회를 축으로 근현대사를 기술했고, 집회와 시위 참여자만 국민인 듯 51장의 사진 중 집회와 시위 사진만 34장으로 교과서를 도배했다. 김주열·이한열·박종철 등 학생이 죽어야 정치 발전이 되는 것처럼 기술하고, 사발통문과 같은 시위 격문 쓰기와 함께, 피와 죽음으로 얼룩진 4·19 관련 시와 같은 시를 써보라고 지시한다. 마치 시위 선동용 격문 같아 학생들을 시위대로 키우려는 듯하다. ‘교육은…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교육기본법 제6조)됨에도, 어린 초등생을 특정 정치이념으로 세뇌시키고 있다.
좌익의 신탁통치 지지 은폐, 공은 없이 분단과 독재로만 기술된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 이승만과 김구의 편향된 비교, 북한의 남침 목적에서 ‘적화’통일 누락 등이 드러났다. 일제 침략에 대한 사과 요구와 달리 반인륜적 전쟁을 일으킨 북한군과 중공군의 침략에 대한 사과 요구는 없는 편파적 기술을 한다. 초등교과서에 도저히 쓸 수 없는 표현(‘박정희는 부하에게 살해되었다’)으로 사자 명예훼손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삭제했고 경제발전의 기여 주체와 민주화의 기초로서 산업화의 공로를 숨기며, 민주화 이후 경제가 발전한 것처럼 오도하는 그래프를 제시한다. 국사에서 세계정세 누락과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 누락 등으로 학생을 ‘우물 안 개구리’로 키운다.
교육부는 예고도 없이 해당 교육과정 재개정과 교과서 개편을 서둘러 본래 한 학기 이상 현장 실험 연구를 거쳐야 하는 국정교과서를 졸속으로 만들어 배포했다. 합리적 가치관·국가관·세계관을 형성해야 할 학생들이 이런 교과서로 배우게 되면 나라에 대한 자긍심은 사라지고 편향되고 위축된 국민으로 자랄 것이다. 교육부는 이 교과서를 즉각 회수하고 헌법 정신과 대한민국의 정당성·정통성·정체성을 세운, 자유민주정에 충실한 국민 형성에 도움 되는 국정교과서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교과서는 초판만 아니라 2판, 3판, 4판…으로 판수를 거듭해야 좋아진다. 국사도 여야를 넘어 국민의 사랑받는 정사(正史)가 되려면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