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구상진 신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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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진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신임 회장. |
지난 20년간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활동해 온 단체가 있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이다. 헌변은 헌법적 가치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북한인권법 통과, 위헌(違憲) 정당인 통합진보당 해산 등에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구상진 헌변 회장을 만나 헌법 개정, 새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4·27 판문점 선언 등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구 회장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헌법적 가치를 중심으로 사회 현안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구 회장은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을 역임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으로 활동한 바 있다. 지난 4월 9일 헌변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은 뭘 하는 단체입니까.
“우리 회칙 제3조에 단체 목적이 나와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헌법 전문),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제5조), 자유와 창의(제119조)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단체가 1998년에 김대중(DJ) 정부 출범과 함께 생겨났습니다.
“그 당시에, 요즘도 그런 우려가 있지만, DJ 정부가 내건 공약이나 정책 방향이 헌법적 가치 수호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우려를 야기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대법관급, 검사장급의 법조계 중진들이 주축이 돼서 단체를 결성하게 된 거죠.”
― 회원은 많습니까.
“대체로 초기 인원에서 큰 변동이 없이 지금까지 왔어요. 현재는 한 200여 명 정도.”
― 헌변에서 발표했던 자료들을 보면 DJ 정권을 좌익 정권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런 표현들도 있었어요.”
좌경화, 현 정권에서 더 심화된 것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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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진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이 이끄는 대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는데, 이는 정전협정을 포함해 여러 가지 법률을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사진=조선DB |
― DJ 정부에 대해 현재도 동일하게 평가합니까.
“그렇게 볼, 예를 들어 핵에 대한 발언 같은 것, 발언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북은 핵을 개발할 의향도, 능력도 없고 북에 돈을 줘도 핵개발 자금으로 쓰이지 않는다. 내가 책임지겠다’ 이런 발언을 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적 있지 않습니까. 지금도 그 문제가 핵심적인 문제로 되고 있는데 그 정부가 온당하게 해왔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국가보안법 폐지라든지 좌익 활동한 사람들에 대한 활동의 자유를 보장해 준 측면이 좀 있지 않았나요. 그런 것들이 지금까지도 연장이 되고 있고 지금 훨씬 심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가지는 않았죠.”
― 우려했던 바들이 현 정권에서 더 심화된 것으로 보는 거군요.
“그런 점이 많이 있는 걸로 생각합니다.”
― 헌변은 지난 20년 동안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습니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처음 출범했을 때 주된 논쟁이 됐던 것은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였어요. 국가보안법이 유지돼야 한다는 활동을 많이 했고 북한인권법 문제도 관여를 한 게 있고. 위헌 정당 해산에도 우리가 대표적인 활동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권성 전 회장님이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에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관여하셨을 겁니다.”
“정부 개헌안,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훼손할 우려 있어”
― 최근까지 개헌 논의가 활발했는데요. 정부가 내놓은 개헌안 어떻게 봤나요.
“개헌을 논의하게 된 제일 중대한 이유는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는 것, 대통령의 권한 남용에 대한 적절한 통제 수단이 없다는 것 때문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개헌안에는 거기에 대해선 특별한 내용이 없었어요. 4년 중임제안은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을 키울 수 있는 거고. 개헌안 내용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부분도 많습니다.”
― 우려하는 내용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습니까.
“국회에서 아직 실체를 조사 중인 5·18 사태를 헌법 전문에 넣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지방분권의 강화를 선언함으로써 국가의 일체성을 해치고 연방제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연방제는 국가의 통일성이 약화되고 공산주의 전복 세력과의 투쟁에서도 굉장한 혼란이 일어날 소지가 많은 제도입니다.”
― 지방분권이 결국 연방제를 의미한다고 보는 건가요.
“지방분권이란 말이, 북한이 주장하는 남북의 연방제도 연방제지만, 지방의 권한을 강화하면 대한민국 자체가 분할된 여러 지역의 연방으로 될 수 있는 거예요.”
― 지방분권이 남북의 연방제 통일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연방제 통일을 얘기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통일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파괴될 위험이 있다는 거예요. 북한 공산주의 정권은 남한에 대한 공산 혁명을 추구하려고 할 겁니다. 게다가 지방분권으로 대한민국을 분할해서 중앙정부를 약화시키면 유일 독재 권력인 공산당에 대항할 힘을 상실하게 돼요. 공산 통일로 가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구상진 회장은 정부 개헌안의 문제점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하겠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의 기본권을 국민과 동일하게 보장해 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안 맞지 않습니까. 북한 헌법이 ‘사람 중심의 세계관’을 표방하고 있는데 그것을 모방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습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약화시키는 규정을 신설했고, 모든 재산권 행사의 공공성을 규정하고 있는데도 별도로 토지공개념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다수 있습니다. 느닷없이 대통령의 자격 연령을 25세로 낮추자고 제안하고 있고요.”
헌법에서 ‘자유’를 삭제하려 하는 이들의 진짜 의도
―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는 찬성하는 건가요.
“그렇죠.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헌해야 합니다.”
― 개헌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까.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도 거론됐는데 헌변에서는 아직 우리 국회의 수준 때문에 대통령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에의 권한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가 선출한 총리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책임총리제’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현행 대통령제뿐 아니라 의회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회 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 의회 제도의 개선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요.
“우리 국회는 단원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선진 민주국가들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양원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나라에만 있는 국회의 국정감사제도는 폐지돼야 합니다. 국정감사로 인해 정부가 수만 페이지의 참고자료를 내야 하고 장관이 계속 불려다니면서 행정부의 기능이 마비가 돼요. 국정조사제도가 있거든요. 문제가 있으면 국정조사를 하면 되는 거예요. 대통령의 권력은 결국 국회를 통해 통제할 수밖에 없는데 국회가 적어도 이 두 가지 정도는 고쳐서 달라져야 된다는 거죠.”
―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에서 ‘자유’를 빼려고 하는 시도가 있는데요. ‘자유’라는 단어를 놓고 왜 이렇게 논란이 있는 건가요.
“김대중 정부 이래 소위 좌파라고 불리는 정치 집단에서 계속해서 자유라는 단어를 제거할 것을 주장해 왔습니다. 민주주의라고만 해도 그 말이 결국 자유민주주의를 뜻하기 때문에 상관없다 그렇게 주장합니다. 그런데 북한과 공산국가들도 ‘인민민주주의’라고 민주주의란 용어를 사용하거든요. 자유민주주의라고 쓰는 건 인민민주주의가 아님을 명시하는 거예요. 그런데 ‘자유’자가 붙은 것을 그렇게 싫어하는 건 인민민주주의로도 헌법이 운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어요.”
“새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보면 북한 교과서 같아”
― 최근에 새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서도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했습니다.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표현도 빼고 ‘대한민국 수립’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꿨고요.
“과거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를 놓고 얼마나 소란이 일었습니까.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느니 사실과 다른 왜곡된 교과서를 만든다느니 그렇게 비난을 해놓고 만든 교과서가 완전히 북한 교과서인 거죠. 그러니 이것을 어떻게 정상적인 일이라고 보겠습니까.”
구 회장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인하는 것은 위헌적인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헌법에 의해서 건국됐습니다. 그전에 국가가 수립됐다는 것은 위헌적인 말이에요. 그 국가는 이 헌법에 의하지 않는 국가거든요. 제헌헌법에선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돼 있지 임시정부의 헌법을 개정한다고 돼 있지 않아요. 정치학적으로도 임시정부가 영토, 국민, 주권의 국가 요소를 갖추지 못했고요. 국제적으로는 1948년 12월 12일에서야 파리 유엔총회에서 대한민국이 승인받게 됩니다.”
― 헌법상으로 북한은 명백히 반국가단체이고 대한민국만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가 맞지 않습니까.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유엔에 동시 가입했기 때문에 국제법상 북한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그 부분은 동서독 문제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데요. 동서독도 1973년 일제히 유엔에 가입했어요. 그런 상태지만 서독은 한번도 동독을 국내법상으로는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어요. 지금 남북 관계도 그와 유사하게 봐야 할 겁니다. 남북 간에 있어서는 북한은 대한민국에 대한 독립국가가 아니에요. 그러나 북한이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우리가 일일이 반대하고 무효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고요.”
― 그럼 국내법적으로 북한이란 단체를 국가로 인정하고 교섭을 하는 건 위헌의 요소가 있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남북 간에 모든 협약서에는 북한이라는 국가 이름을 쓰지 않습니다. ‘남은’ ‘북은’ 이렇게 쓰고 있어요. 남북 간의 관계에 있어서 북한을 독립된 국가로 한 번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래서는 안 되고요.”
― 헌법에는 대통령이 영토를 보존하고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만약 대통령이 북한 체제를 국가로 인정하는 발언을 한다면 위헌적 발언으로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 요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면 그건 명백하게 위헌적 발언이죠. 이 정부가 개헌안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사람의 권리로 쓰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북한 사람은 현행법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민이 아니라도 사람이에요. 그러면 북한 주민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 당연히 문제를 삼아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어떻게 하든 방조한다면 그것은 헌법에 맞지 않고 유엔 인권선언에도 맞지 않습니다.”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 가져올 수 있어”
― 6·25전쟁이 끝나고 정전협정을 맺을 때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정전협정에 반대해서 서명을 안 하지 않았습니까. 4·27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정전협정의 당사국이 아닌 우리가 평화협정을 맺을 법적 근거가 있나요.
“지난 노무현 정부 때 한 10·4 선언에는 ‘관련국 정상들이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돼 있습니다. 지금도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에요. 정전협정의 당사자는 유엔이에요. 우리는 당사국이 아니었고요. 그리고 평화협정을 맺기 위해선 선결 조건이 그 전쟁에 대한 법적 평가가 종료돼야 합니다.”
― 전쟁에 대한 법적 평가요?
“침략전쟁인가 아닌가 전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책임이 밝혀지면 전쟁 배상 문제가 반드시 따라 나오게 돼 있고요. 그리고 사후 처리 문제가 있어요. 예를 들면 미군 유해를 반환한다든지 한국 포로들을 송환한다든지 그리고 반드시 전쟁의 재발 방지 장치가 있어야 됩니다. 그런 여러 가지가 해결이 된 다음에 평화협정이 되는 것이지 우리 전쟁 안 할래 이렇게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에요.”
―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습니다.
“아주 중대한 문제죠. 6·25전쟁 때 미군이 우리나라에 온 것은 미국의 군대로서가 아니라 유엔군으로서 온 거예요. 정전협정이 된 뒤에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이 됐죠. 그래서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군 사령관과 미군 사령관의 명함을 동시에 갖고 있어요. 유엔군의 주둔은 종전 절차가 있지 않는 한 우리가 거부할 수 없게 돼 있고요. 그런데 종전협정이 되면 그 전쟁으로 인해서 진주한 군대는 철수하는 것이 종전협정의 일반적인 사항입니다. 그러면 미군의 주한 유엔군으로서의 주둔 지위는 없어지는 거예요. 그럼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한 주둔 지위만 있게 되는데, 만약 한국에서 미군 주둔을 거부하는 정권이 집권하면 미군은 주둔할 근거가 없어지게 되는 거죠.”
―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아닌 거네요.
“말로썬 의미가 없어요. 종전협정에서 유엔군으로서 미군이 주둔하는 것이 별도로 협정되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의 의사에 따라서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 있습니다.”
“공산주의 체제와 자유주의 체제의 공존은 불가능”
― 북한 체제를 유지시킨 채로 자유민주적 통일 불가능한 것 아닙니까.
“독일 통일의 경우를 보면 서독은 1956년에 공산당에 위헌 판결을 내리고 당을 없앴습니다. 통일 후에는 동독 공산당을 해산시키고 간첩이나 부역자를 색출해서 전부 처벌했고요. 동서독 전체에서 공산주의를 완전히 소탕한 상태에서 통일이 된 겁니다. 반면 예멘의 경우 노선 정리 없이 통일했다가 곧바로 내란이 일어났고 아직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와의 협정에 관해서 예를 들자면 베트남의 평화협정이나 중국의 장제스와 마오쩌둥 사이에 정전협정이 있었죠. 베트남은 협정문이 마르기도 전에 월남이 붕괴됐고 장제스도 결국 그렇게 되지 않았나요. 공산주의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의 공존 체제는 결국 공산주의 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 거예요.”
―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홍콩을 양 체제의 예로 드는데 그건 자유주의로 중공이 전복될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인디언 자치구역같이 용인하는 정도의 자유 지역이지 양 체제의 공존이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공산주의 체제와 자유주의 체제는 공존할 수 없어요.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한 정리 없이 북한 체제를 보장한다라는 조건하에서 협상이 진행되면 그것은 결국 공산화 외에는 답이 없는 겁니다.”
― 북한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이유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많은 사람이 말하듯이 국제사회의 실효적 압박을 견딜 수가 없어서 그랬겠죠.”
― 숨통이 트이면 예전처럼 돌아가지 않을까요.
“거의 그러겠죠. 지금까지 북한이 저질러 온 무리수가 한두 개가 아니잖아요.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다 잘못된 일이다’ ‘이제 돌아서겠다’고 하는 일은 쉽지 않겠죠. 나쁜 경우에 북한이 남한을 공산화할 수 있을는지도 몰라요. 그러나 그렇게 된 경우에도 그 체제는 세계사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에요.”
― 보수 우파 궤멸론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회생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의 현 집권 세력이 공산주의 세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신영복을 존경한다고 하고 베트남의 호찌민 묘소에 가서도 상당한 토로를 한 것으로 압니다. 공산주의 노선에 대해서 적어도 호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요. 그런 세력에 대응하려면 옛날 방식으로는 될 수가 없어요. 호찌민 같은 경우 결혼도 안 하고 재산도 안 모으고 어릴 때 사형 선고도 받으면서 목숨 걸고 죽을 때까지 운동한 거 아닙니까. 우파가 그렇게 되긴 쉽지 않지만 그런 정도에 필적할 정도의 정신 자세와 생활 태도를 가진 지도자들이 새로 나와야죠. 좌파들의 파괴 논리에 대응하는 이론이 개발돼야 하고요. 그런 것을 토대로 중간 간부들이 나와서 조직을 새로 만들어야 돼요.”
― 사법부를 보면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과거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많이 등용되고 있는데요. 특정 이념 성향을 가진 사조직이라는 비난이 나옵니다.
“제가 그 조직이나 그분들을 개인적으로 아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말씀드리면 헌법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서 독립하여 재판한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법은 당파가 뭔지, 자기하고 가까운 쪽이 어디인지, 이해관계가 뭔지 이런 거와 관계없이 객관적인 기준을 유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이 힘을 갖는 거고요. 그런데 만약 특정 이념을 따르는 사람이 법관이나 사법행정의 책임자가 된다면 헌법 질서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법연구회가 어떤 시각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만약 헌법과 법률과 양심 이외의 시각이 있다면 그건 위헌적인 겁니다. 그건 우파도 좌파도 마찬가지죠.”
“탄핵 심판은 결과가 정해져 있었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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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진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변론하고 있다. 구 회장은 “탄핵 심판은 적법 절차의 원리를 무시한 잘못된 재판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
―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는데 어떤 계기로, 왜 참여했습니까.
“탄핵 재판이란 것이 헌법의 주요 사항을 다루지 않습니까. 탄핵을 놓고 헌변에서 검토를 많이 하면서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오면 개입하자는 논의가 있었어요. 그런데 절차 문제가, 실체 문제는 증거를 다 봐야 하고 지금도 재판 중인데, 정상적인 헌법 궤도를 벗어났다는 판단이 들었고 헌변 회원 중 제가 소송법을 전공한 교수이기 때문에 참여하게 된 겁니다.”
― 당시 김평우, 서석구 변호사 같은 경우 특이 행동으로 재판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변호인단의 활동을 제가 판단할 입장은 아니고요. 사후적으로 보면 그 재판은 결과가 정해져 있었던 재판 같아 보여요. 법리적 판결이었다기보다 정치적 판결이었던 거죠.”
―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심 재판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는데요. 재판부의 결정 어떻게 봅니까.
“주된 잘못을 부패 혐의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박 전 대통령이 부패로 치부(致富)한 정치인인가 하는 점은 의문스러워요.”
― 박 전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뭐라고 보나요.
“최선의 선택이라기보다 이미 최종적인 선택을 한 거 아니에요? 말하자면 ‘무슨 조치를 하든 마음대로 해라. 나는 응하지 않겠다’ 이렇게 결정을 해버린 건데. 뭐 그건 본인 결정의 문제겠죠.”
― 헌변 신임회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뭡니까.
“우리 회칙에 있는 대로 헌법적 쟁점이 발생할 때에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제일 큰일일 거고요. 그런 걸 하기 위해서 헌법적 연구활동도 해야 되고 헌법 침해를 당한 관련자가 있을 때 조력 활동도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