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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헌변 성명서(2014년 10월 14일)-전교조는 왜 법외노조를 자초하고 있는가?(헌변회장 이종순 변호사)
글쓴이 이종순 등록일 2014-10-14
출처 조회수 1921

전교조는 왜 법외노조를 자초하고 있는가?

  이번 아세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의 땀과 인내에 무한한 격려를 보낸다. 우리가 해방 후 최빈국 수준에서 비교적 신속히 탈피할 수 있었던 동력은 국민적인 교육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을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하지 않는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선언한 건국강령은 건국정신을 정치, 경제, 교육의 권리를 균등히 하는 3균제도에 두었다. 교육중시 정신이 반영된 강령이다. 우리 헌법도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제31조 제1항),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 및 대학의 지율성은 법률로 보장하며(제4항),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하기로 했다(제6항).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청구에 의하여 교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교원노조법”) 제2조의 위헌심판제청과 해직교원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킨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효력정지결정을 내린 데 대하여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된 규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모든 교원도 근로자이므로 노동3권이 보장되나(헌법 제33조 제1항), 다만 해직교원의 경우 그 해임의 효력을 다투는 행정심판 중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내려질 때까지만 교원 즉 전교조의 조합원 지위를 인정한다(교원노조법 제2조). 따라서 해직이 확정된 전직교원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 것은 위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고, 그러한 노동조합은 위 법률에 의한 교원노조의 지위를 상실한다. 이는 교원 지위의 특수성, 교원직무의 윤리성, 자주성, 중립성, 전문성, 공공성, 우리의 역사적 협실을 감안한 입법적인 제한에 해당한다. 공무원은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노동3권을 가진다는 예외규정을 두었는데(헌법 제33조 제2항) 교원에 대해서도 공무원과 유사한 노동권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립학교 교원은 공립학교 교원과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고, 그 복무에 관하여 국공립학교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으며(사립학교법 제55조 제1항), 사립학교법, 교육법,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등을 통하여 국공립학교 교원과 거의 동등한 지위가 보장된다. 사립학교 교원들은 이러한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교원지위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31조 제6항에 의거 위와 같이 노동3권을 제한하고 있다. 해직교원을 위와 같이 조합원에서 배제한 조치는 교원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이는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의 실효성을 보장함으로써 교육제도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이 목적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위와 같은 공익은 해직교원과 조합의 단결권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법익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교원노조법 제2조는 교원의 단결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고 그 수단 역시 적정한 것이므로 합헌적인 법률이다. 어떤 기본권이라 할지라도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없다.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전교조는 1989. 5. 28. 창립 이래 한 번도 해직교원의 가입을 배제한 적이 없고, 1999. 7. 1. 설립신고 당시에도 규약 부칙 제5조에는 “부당 해고된 교원”은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음에도, 위 신고서에 첨부한 규약에는 위 부칙 제5조를 포함시키지 않고 신고증을 교부받았다. 현재 전교조에는 9명의 해직교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 중 7명은 유죄판결 확정으로, 2명은 해고무효확인 청구기각 판결확정으로 각 각 해고된 전직교원들이다. 이들의 해고가 부당한 것이라고 볼 여지는 없다. 이와 같이 적법한 해고자를 노조원으로 받아들인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고용노동부는 2010. 3. 31. 위 규정이 교원노조법 제2조에 위반한 것이라는 이유로 그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리자 전교조는 위 부칙 제5조의 적법성 등을 주장하면서 위 시정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2010. 11. 5. 위 청구기각 판결(행정법원 2010구합27110 판결), 2011. 9. 9. 항소기각 및 2012. 1. 12.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다. 고용노동부는 2012. 9. 17.과 2012. 9. 23.에도 거듭 시정명령을 함과 동시에 이에 불응할 경우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을 것임을 통지했으나 노조가 여전히 불응하므로 2012. 10. 24.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법외노조 통보를 하였다. 그러자 교원노조는 위 통보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다시 제기했고, 종전 시정명령 취소청구의 소에서 했던 주장들을 그대로 제출했다. 행정법원은 2014. 6. 19. 앞서 본 선행 확정판결과 같이 전교조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전교조는 위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효력정지신청을 했으나 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다시 위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효력정지신청을 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4. 9. 19. 교원노조법 제2조는 ① 공무원이 아닌 사립학교교원의 노동권을 공무원 단결권에 관한 예외규정을 확장하여 적용하지 말아야 하고, ② 교원노조는 성격상 산업별, 직종별, 지역별 노조에 가깝기 때문에 해직교원, 퇴직교원, 계약기간이 종료된 기간제교원 중 일시적인 실업상태에 있는 자도 모두 단결권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며, ③ 교원의 지위에 관련된 헌법 제31조 제6항이 근로기본권에 관한 헌법 제33조 제1항에 우선하여 적용된다는 헌재의 1991. 7. 22. 선고 89헌가106 결정이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서 위헌제청결정을 하면서, 위 법외노조 통보처분에 대한 효력정지처분을 내리고 말았다. 위 결정은 사립학교교원의 지위와 그 직무의 특수성을 외면한 것이고, 법원과 헌재의 기존판례와 상반되는 것이다. 또 헌법 제31조 제6항은 교원이라는 특수 근로자에 관한 규정이므로 일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헌법 제33조 제1항에 대한 특별규정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헌재에서 사립학교교원의 노동3권을 헌법 제31조 제6항에 의거 제한할 수 있다는 기존 결정을 번복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위헌결정에는 헌법재판관 3분의 2의 찬동을 받아야 하는 것이므로 현실적으로도 위헌결정을 내리기는 대단히 어렵다. 또 위헌결정이 내리기 전에는 모든 법령은 그 합헌성이 간주된다. 더구나 전교조는 현재 적법하게 해고된 전직교원들을 임직원으로 추대하고 있어서 자체 규정 부칙 제5조를 스스로 위반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위 법외노조 통보처분은 그 효력을 정지시킬만한 가구제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법외노조의 존속과 대외적인 활동이라는 위법상태의 존속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전교조는 그 규약 부칙 제5조에 따라 해고자 배제의 조치를 취하기만 하면 즉시 적법한 교원노조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이고, 만약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위헌결정이 선고될 경우 그 때 가서 해직교원들을 다시 조합원으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노조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긴다고 볼 여지도 어렵다. 그런데도 위 통보처분의 효력정지를 하지 아니하면 신청인 교원노조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어 그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성이 있다거나 효력정지로 인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자료가 없다는 위 정지결정의 이유에는 법리적으로 찬동하기 어렵다. 해임이 확정된 전직 교원까지 교원노조의 노조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그 개인이나 이 나라 교육에 무슨 이익이 되는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도 공교육,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초래한 것이다. 다행히 위 효력정지에 대한 재항고가 제기되었다고 하니 대법원에서 가구제의 필요성과 긴급성을 다시 엄격히 판단하여 합당한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2014.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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