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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헌변총회 강연 (2014년 2월 24일)-김효전 교수(헌변 상임고문,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글쓴이 김효전(대한민국학술원회원) 등록일 2014-02-25
출처 조회수 1342

2014. 2. 24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총회, 인터콘티넨탈 호텔

헌법과 정당의 해산

김 효 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I. 헌법규정

우리 헌법은 정당에 관하여 제8조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①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②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

③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

④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

II. 헌법과 정당

정당에 대한 법적 취급은 시대와 국가에 다르지만 독일의 트리펠(H. Triepel)에 의한 발전단계설이 대체로 인정되고 있다.

1. 적대시 단계

근대 헌법은 명망가 민주정치를 고집하여 정당을 적대시하였다. 예컨대 미국 헌법제정자나 조지 워싱턴(G. Washington), 루소(J.J. Rousseau)의 반정당사상이 대표적이다.

2. 무시 단계

정치현실의 변화를 명백히 헌법에 반영하지도 않고 또 적극적으로 방해하지도 않고 정당을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3. 승인 및 합법화 단계

의회제도의 발달과 함께 국민주권의 원리는 다수결, 대표제, 자동성의 원리 등으로 정당을 매개로 하여 그 존재가 승인되고, 선거절차에서도 일종의 매개로 선거법 등에 합법화하게 된다.

4. 헌법에의 편입

정당을 헌법에 규정함으로써 정당의 지위가 보장되고 국가기관화하게 되었다. 독재정권이 정당을 국가와 불가분의 관계라고 보는 것과 자유주의 민주정치에서의 정당정치가 서로 대립 모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제2차 대전 이후의 경향.

영국이나 미국 헌법에는 정당에 관한 규정이 없다.

III. 정당의 해산

정당은 등록취소에 의한 자격상실과 해산으로써 소멸된다. 정당의 해산에는 자진해산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한 강제해산이 있으나 후자만을 보기로 한다.

1. 강제해산의 의의

헌법 제8조 4항은 민주적 기본질서와 국가의 긍정과 같은 정당의 의무인 동시에 정당의 특권을 의미한다. 이것은 반국가적 반민주적인 정당활동을 방지하기 위한 헌법의 예방적 수호에 관한 규정을 의미한다. 즉 위헌정당의 금지는 헌법의 적, 국가의 적, 민주주의의 적으로부터 진정한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이른바 ‘전투적 민주주의’(streitbare demokratie) 또는 방어적 민주주의(abwehrbereite Demokratie)에로의 결단을 의미하는 것이다.

2. 강제해산의 요건

(1) 실질적 요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것

여기의 ‘민주적 기본질서’란 자유민주주의의 원리에 입각한 것으로 독일 기본법 제21조 2항에서의 정당해산의 요건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와 같은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 민주적 기본질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만이 아니라 그것을 포함한 사회민주적 기본질서의 공통개념이라고 보는 유력한 견해(김철수)도 있으나, 다수설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이해한다. 우리 헌법 전문에서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하였으며, 제4조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같은 취지로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열거한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호를 그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고 있고, 그 내용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일인독재 내지 일당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을 의미한다」(1990.4.2; 1994.4.28)고 판시하였다.

요컨대 정당의 해산은 정당 그 자체에 대한 처벌이라 할 것이며, 또한 반민주주의적 정당의 활동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이른바 헌법의 예방적 수호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2) 절차적 요건

정부는 국무회의의 심의(제89조 14호)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 정당해산의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이며, 정당해산의 결정에는 9인의 재판관 중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제113조 1항).

IV. 강제해산의 효과

1. 특권의 상실

정당의 해산결정이 선고되면 그 때부터 정당은 모든 특권을 상실한다.

2. 대체정당의 금지

해산된 정당의 강령 또는 기본정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代替政黨의 설립도 금지된다(정당법 제40조).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에 의하여 해산된 정당의 명칭과 같은 정당의 명칭으로 다시 사용하지 못한다(동법 제41조 1항).

3. 해산된 정당의 잔여재산은 국고에 귀속한다(동법 제48조 2항).

4. 소속의원의 자격

해산결정으로 소속의원의 자격이 자동적으로 상실된다는 견해와 무소속의원으로 계속 존속한다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V. 통합진보당의 경우 - 민주주의의 진짜와 가짜

1. 통진당의 위헌성

통진당은 강령 40항에서 “민족의 해방과 자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선대의 업적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역사적 정체성의 근거로 삼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자칭 ‘진보적’ 민주주의라고 부연하면서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주장을 한 흔적은 발견되지 아니한다.

원래 민주주의는 사전적인 의미에서는 민중의 지배, 즉 고대의 우중정치에서 출발했으며 그 근대적인 의미와 내용은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전쟁, 프랑스의 대혁명에 의해서 구체화된 것이다. 정치제도의 측면에서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군주제에 대한 항의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독일과 같은 정치적 후진국에서는 군주제와 민주주의(민주제)를 합성하려는 시도까지 나타났다. 이에 대해서 헤겔(Hegel)은 그의 『법철학』(Rechtsphilosophie)에서 “근년에 와서 군주제라는 틀 속의 민주제적 또는 귀족제적 요소에 관하여 여러 가지가 이야기되고 있지만 이것 또한 적절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여기서 거론되는 규정들은 그것이 바로 군주제 안에서 시행되는 것인 한 더 이상 민주제적이거나 귀족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273)고 지적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헤겔 철학이 법철학과 국가사상과 결합해서는 권력국가(Machtstaat) 사상으로 발전하고, 민족해방에서 세계국가로, 독일의 통일에서 세계의 통일로 향한 힘의 강조와 합리화로 인하여 독일의 비극뿐만 아니라 유럽과 세계의 비극으로까지 인도한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헬러, 헤겔과 독일에서의 국민적 권력국가사상).

[참고] 독일어의 Recht는 법, 권리, 올바른 것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헤겔의 법의 철학은 권리(영어의 Right이며, Law가 아닌)의 철학, 정의의 철학으로서 윤리학과 국가론이 포함된 법의 철학이다. 현대 독일인의 표어는 “Recht, Freiheit, Einheit”이다.

바이마르 시대의 혼란한 상황은 민주주의 개념의 혼란을 가져왔고, 이 개념은 1945년 이후에야 독일에서 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다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것은 자유의 가치(자유로운 질서)와 법(법치국가)이 파시즘과 전체주의 독재에 대한 반대개념으로서 충족된 것이다.

독일 기본법 제24조 1항의 “독일 연방공화국은 민주적이며 사회적인 연방국가이다”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같은 정신적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민주주의 개념에 대해서 우리 헌법은 나아가 헌법 전문과 제4조에서 ‘자유민주주의’로 결단을 내린 것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이것은 러시아와 중국에서 말하는 ‘인민민주주의’도 아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여러 후진국에서 표어로서 내놓은 ‘신’민주주의(모택동), ‘교도’민주주의(인도네시아), ‘기본’민주주의(파키스탄), ‘한국적’ 민주주의도 아니다. 여하튼 민주주의 앞에 수식어가 붙지 아니한 민주주의, 굳이 붙여서 분명히 구별한다면 ‘서구’민주주의(Western Democracy) 또는 자유민주의(Liberal Democracy)이다.

따라서 통합진보당 대표(이정희)가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심판에 출석하여 변론하면서 ‘민주’니 ‘민주주의’라는 23번이나 사용한 민주주의는 우리 헌법에서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와는 관계 없는 것이다. 한 마디로 ‘가짜’ 민주주의이며, ‘민주주의 파괴에 민주주의를 이용하는 세력들’(조선일보 2014. 1. 30 사설)이다.

VI. 결 론

“자유의 적에 대한 자유는 없다”는 말처럼 자유와 민주주의를 가장하여 대한민국의 기본원리의 하나인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정당은 헌법위반으로서 해산되어야 한다. 또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공격하기 위해서 기본권을 남용하는 자에 대해서는 독일 기본법 제18조의 규정처럼 기본권의 효력을 상실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