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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교조의 마지막 애국(2005/12/05)
글쓴이 김한응경제평론가 등록일 2005-12-05
출처 조회수 3781

전교조가 11월 10일, 조합원 71.7%의 찬성을 얻어, 교원평가 저지를 위한 연가(年暇) 투쟁을 강행하기로 일단 결정했지만, 여론이 호의적이지 못함을 이유로 이를 연기하였다고 한다. 투쟁연기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수능시험이 끝난 이후인 11월 25일을 전후해서 연가투쟁을 강행한다고 말했지만, 그 후에는 이에서 더 후퇴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표를 했다는 것이 언론계의 평가다.

지금까지의 전교조의 행태로 볼 때에는, 연가투쟁을 수능시험 등과 연계시켜 연기한 것도 크게 양보한 것처럼 생각되며, 전교조로서는 대단히 힘든 고심을 한 후에 내려진 결단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런 전교조의 힘든 결단은 전교조가 이에 드린 힘 이상으로 국가의 미래에는 큰 도움이 될 것임을 선생님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전교조는 왜 지금 전교조가 앞으로 나가지 않고 뒤로 후퇴할수록 여론의 지지를 더 받게 되는지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이다. 그러므로 많은 시민단체(civil society)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그런 다양한 목소리가 더욱 다양하게 발전할수록 우리 자유민주주의가 더 발전하게 되는 것이므로, 전교조가 그런 다양한 목소리에 한 목소리, 그것도 중요한 한 목소리를 보태었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반복하지만, 왜 전교조가 후퇴하는 것이 여론의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일까? 자유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킨다는 관점에서 보면, 전교조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더 창조적인 방법으로 전진할수록 여론의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 당연한데, 오히려 뒤로 후퇴하고 목소리를 낮출수록 여론의 지지를 받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첫째로 전교조의 목표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발전방향과 다르다는 데 있을 것이다. 요즘과 같은 세상에서 북한의 학정에 눈을 감고 북한의 지극히 비합리적인 정책에 동조하는 것이 우선 일반적인 상식에 맞지 않는다. 더욱이 북한 인권과 같은 문제에 대한 심각한 성찰이 없이, 북한을 찬양하는 듯 한 내용을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치려한다니 도대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말이다. 反APEC 교육도 그렇다. 우리나라가 APEC에 반대하면 어떻게 살아갈 생각인가? 또 부시 미대통령을 비난하는 것도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에 대한 비난수준을 북한에 못지않게 높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처럼 굶어죽겠다는 말인가? 이런 상식에 맞지 않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전교조는 무슨 짓을 해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둘째로 학교의 부패문제를 다루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부패를 척결하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또 어느 곳에서나 타당하다. 그러나 그것을 척결하는 방법이 북한에서 지주를 몰아내었던 방법을 연상하게 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부패문제는 전교조가 해결하기에 적절한 문제도 아니다. 이 문제는 정부나 국회가 나서서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다.

그 해결방법의 하나가 교원평가제이다. 교원이 학부모로부터 그리고 학생들로부터 평가를 받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는 부패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부패방지책으로 더 부가할 수 있는 것이 평준화제도의 폐지이다. 우리나라는 고등학교만 평준화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초등하교 대부터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가 있고, 모든 학교들이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가 되려고 노력하고 경쟁할 때, 부패는 발붙일 곳을 잃어버릴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위해서는 국공립학교만으로 교육을 해서도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전교조가 괴롭히고 싶어 못 견디는 사립학교와 같은 “대안적”인 학교가 필요한 것이다. 사립학교도 다양해야 한다. 비영리재단이 경영하는 학교뿐만 아니라 영리적인 기업이 운영하는 학교도 필요한 것이다. 부패를 척결하는 데는 이렇게 다양한 학교들이 설립되어 학부모의 희망과 그 시대에 맞는 인물육성을 목표로 치열한 경쟁을 하는 분위기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재와 같은 목표를 가진 전교조가 설 땅은 지금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교육풍토에서는 없다고 할 것이다. 교원들이 피용자라는 약자의 입장에 서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학교별 교원노조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학교별 교원노조가 부패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교원생활의 품위유지에 걸맞은 급여를 확보하는 것이 교원부패방지에 필요하지만, 선생님들이 이를 위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손을 벌려서는 품위도 지킬 수 없고 부패도 척결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유일한 해법이 노조 결성을 통해 학교 측과 정당한 임금교섭을 하는 것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선생님들이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 학부모가 원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학교간의 건전한 경쟁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더 멋있는 이상적인 학교 상(像)을 그리기는 어렵다. 전교조의 목표가 북한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결성된 것이 아니라면 이런 이상적 학교 상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교조가 마지막으로 애국하는 길은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전교조를 스스로 해체하고, 선생님들이 학교별로 교원노조를 결성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

(김한응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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