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회의장님
미디어법안은 국민의 알 권리가 걸려 있고 국민의 알 권리를 좌우하는 무겁고도 큰 법안입니다. 헌법 제21조 제1조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를 가진다고 정한 것은, 근본적으로 언론사 방송사의 자유에 관한 문제이기 이전에, 모든 국민의 알 권리에 관한 사활적 문제입니다.
헌법 제1조 제2항의 주권재민규정은 모든 국민의 알 권리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눈이 가려지고,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되어있는 사회에서 주권자란 속고 농락당하는 피치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보도는 항상 정직하고, 사리에 맞고, 편견 없는 것이 요구되는 데, 그럴려면 주권자인 국민들 앞에서 제한없는 경쟁이 벌어져야 합니다. 이미 1758년에 선진 민주사회였던 영국에서 “진실은 어느 이념보다 더 놀라게 한다”라고 널리 일컬어질 만큼 중시되었던 것입니다.
논평은 정직한 관찰에서 나와야 하며, 주권자들의 신뢰를 받아야 하는데, 그럴려면 주권자인 국민들 앞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야 합니다. 자유로운 언론을 중심으로 수 많은 투쟁을 겪었던 미국에서 1936년 당시 대법관 서더랜드는 언론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우리 주권자들에게 제약을 가하는 것이라고 판결에 쓰고 있습니다.
케이블 TV, 위성방송, DMB, IPTV등 다양한 미디어들이 출현하게 되어, 종전의 몇 개 한정된 공중전파의 허가를 둘러 싼 독과점의 추구는 이제 의미 없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기술혁신으로 자연스럽게 독점이 해체되는 축복의 시점에서까지, 미디어의 내용을 누가 담당해서는 않 된다느니, 누구는 그 분야에 참여를 막아야 한다느니 하면서 미디어에 제약을 가 하려고 하는 분들이 의회회의장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대한 주권자 국민의 눈을 어디 어디에서 가리고, 논평에 대한 주권자 국민의 귀를 어떻게 어떻게 막느냐를 놓고 흥정을 하는 것은 가당치 않습니다. 아주 가까운 몇 년후의 역사에서 그에 관련된 정치인들의 잘 잘못이 엄하게 기록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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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국민의 알 권리를 막으려고 미디어를 통폐합하는 독과점을 시행하였습니다. 이를 해소하려는 법안의 상정을 가로 막는 것은, 주권행사의 전제인 국민의 알 권리를 가로 막으려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국회 회의장이 토론과 설득을 거친 후 표결에 들어가는 대신, 수시로 완력의 싸움터가 되어, 고통을 받으시는 것에 위로를 드립니다.
토론과 설득의 장을 열고 권면하는 것이 의회의장의 직무입니다.
그런데 이 토론과 설득의 장을 거부하는 반 의회주의적인 의원들도 역사상 자주 있어 왔습니다.
토론과 설득과 표결의 결과를 예상하고, 이를 방해하려고 날 주먹에 호소하는 의회의원들은 어느 나라에서도 있어왔습니다. 그래서 의회의장에게 경호권을 정당히 행사하라고 직무를 맡겨온 것입니다.
경호권이 꼭 필요할 때에 경호권을 행사하는 것은 재량이 아니고 직무입니다. 의무입니다.
중대한 국사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요구하는 법안을 소수자가 토론과 설득과 표결을 거부하고 대신, 의회회의장에서 완력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절차는 우리 헌법 어디에서도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완력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반헌법적 행동 앞에서, 토론과 설득만을 권고하는 것은, 실상 소수파가 반 의회주의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묵인하는 직무유기입니다.
우리의 국회의장이 직무를 성실히 단호하게 수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9. 7. 21.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회 장 임 광 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