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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판사회의가 대법관을 적절치 않은 사람으로 결의할 수가 있는가? --- 임 광 규 회장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글쓴이 임광규회장 등록일 2009-05-16
출처 헌변 조회수 5261


다음은  임 광 규 회장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이

대법원장, 대법관, 고등법원장, 지방법월장, 등에게

우편으로 보낸 

< 판사회의가 대법관을 적절치 않은 사람으로 결의할 수가 있는가?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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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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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15.

수 신       변호사 님 께

참 조

제 목        지난 판사회의의 결론에 관하여

나라의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호사님의 노고에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지난 5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법원들에서 판사들이 어떤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에
접하여 우려하는 바가 커서 별지 서신을 각급 법원의 장들에게 보내 드렸습니다.

이 사태에 관한 문제점에 관하여는 여론의 토론이 필요하여 보내 드립니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회 장  임  광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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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회의가 대법관을 적절치 않은 사람으로 결의할 수가 있는가?


법원조직법 제9조의 2가 “각급 법원의 판사들로 판사회의를 둔다” 는 규정을 새로 만들어 끼워 놓은 것은 1994년 7월이고, 이를 근거로 하여 판사회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대법원규칙을 만든 것이 1995년 3월이다.

국방부 안에 장교회의를 두는 것이나, 주식회사안에 과장 팀장회의를 두는 것과 비슷하게 조직 안에 민주화 분위기를 만든 것 같다.

국민이 국회를 선출하고 대통령을 선출하고 이 대통령과 국회를 통하여 대법관들과 헌법재판관들을 선임하는 근대적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속에서, 대통령이 행정부 공직자들을 임명하듯이 대법관들이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소정의 교육을 마친 사람들 중에서 법관들을 임명한다.

그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속에서 판사회의라는 것이 어떤 성격인지 타당한지를 일단 제처 놓고, 판사회의의 설치 및 운영엔 관한 규칙 제5조를 보면 판사회의의 직능은 법원의 사무운영에 관한 심의(審議)를 하는 것이다. 의결(議決)은 심의와 표결(表決)을 합친 것인데, 최근에 이렇게 표결도 하지 않은 채 심의만 하는 정부기구가 급증하여 혼란을 주고 있다.

5월 14일에 어느 지방법원의 단독판사들이 모여서 특정 대법관의 거취에 관한 토론을 하였다고 하는데 표결을 한 것인지도 애매하다. 사실은 표결권이 없다. 또 판사회의의 직능은 어데 까지나 “사무운영”이지 대법관거취까지 논의하는 직능은 없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임명한 국방부장관을 장교회의가 “국방부장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기에는 적절치 않지만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기로 했다”는 결론을 내거나, 주주총회에서 선임한 이사를 노동조합이나 과장 팀장회의가 “전무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하기에는 적절치 않지만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기로 했다”는 결론을 내는 것과, 판사회의가 “대법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기에는 적절치 않지만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기로 했다”는 결론을 내는 것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판사회의의 설치 및 운영엔 관한 규칙 제5조 제1항 제6호의 “판사들이 의제로 할 것을 요청한 사항” 안에 “어느 현직에 있는 분이 대법관으로서 적절치 않지만 사퇴는 요구하지 않기로 결론” 하는 것을 포함시킬 수 없음은, 이 규칙의 전후 문맥과 법령해석의 정신으로 보아, 이 판사회의에 참석한 판사들 자신이 잘 알것이다.

법관들은 누구인가?

대한민국 건국 60여년 동안에 축적된 선인들의 판결과 선례를 공부하여 비교적 나은 성적으로 답안지를 쓰고 연수원의 답안지 성적이 나아서 기계적으로 법관으로 임명된 후, 실제로 실무 판결을 하면서 인품과 경륜을 키우고 있는 성장과정의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인격이나 경험축적을 비교해 본 일 없이, 그냥 믿고서 지식의 성적대로만 법관으로 임명토록 한 것이다. 그러므로 젊은 법관들은 겸허해야 한다.

주권자 겸 납세자인 국민 앞에서 겸허하고 부지런하게 공부하고 인격과 경험을 축적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주권자들은 국회와 대통령을 통해 대법관을 선임하였으며, 탄핵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젊은 법관들의 회의 결론이나 연판장 따위로 사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구조임을 명심해야 한다.

젊은 판사들이 분에 넘는 주장과 결론을 내세우니, 법원직원노동조합위원장이라는 사람까지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함부로 신아무개 대법관은 사퇴하라고 외마디 치는 것 아닌가.

법관도 discipline(규율을 지키게 칭찬과 질책과 훈련을 하는 것)의 대상이다.

법관이 술을 과음하고 아침 늦게 출근하는 버릇이 있으면 사법행정의 장은 discipline할 수 있다.

동기생 변호사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자주 하는 것, 법원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기업인들과 골프를 자주 하는 것은 사법행정의 장이 discipline할 수 있다.

공무원 신분과 개인 재산능력에 비추어 과도하게 높은 소비를 하는 법관을 사법행정의 장은 discipline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장차의 변호사 활동 준비처럼 보이는, 사회과격단체 사람들과의 친한 교제를 하는 법관은 사법행정의 장이 discipline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법정에서 폭언이나 실언을 하는 법관은 사법행정의 장이 discipline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복잡한 사건을 뒤로 뒤로 미루다가 전근 가는 버릇의 법관에 대하여 사법행정의 장이 discipline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촛불시위로 시작하여 폭력시위와 정부타도운동으로 번진 사건을 놓고, 법정의 판사의자에서 “자기도 촛불시위에 참가하고 싶다”는 발언을 하거나,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에서 해당 조항의 위헌제청을 한 법관도 아니면서 그 위헌여부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재판절차를 뒤로 미루는 것에 대하여 사법행정의 장이 discipline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젊은 법관들이 국민의 투표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회변혁의 한 축이 되려고, 판례와 선례보다 개혁을 앞세우는 주장을 하는 경우에, 그 주장이 독립한 판결로 나타나면 이는 대법관의 판단으로 파기되고 고쳐지지만, 사회변혁을 위하여 인사에 간여하고 대법관을 모욕하는 주장을 한다면, 사법행정의 장이 discipline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법관의 “양심에 따른 독립한 심판”은 대한민국의 법적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선인들의 축적된 판례와 양식을 성실히 적용하는데 대하여, 법원조직법상의 사법행정의 장도 간여 말라는 것이지, 사법행정을 포기 방치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에 일부의 경우 정치권력에 아부하기 위하여 핵심 정치쟁점을 권력의 구미나 정치성향단체의 구미에 맞게 판결하는 대신, 사법행정의 장의 제대로 된 discipline을 받지 않은 경우가 있을 런지 몰라도, 그것은 비정상이다. 법관도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 하면서 discipline을 받을 일이 있으면 받아야 한다.

법관에 대한 사법행정의 면제가 법관의 독립이 아니다.

대법원장이 대법원장 공관에 판사들을 불러 놓고 실체 판결에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법관의 독립을 더 해하는 것이지, 재판을 지연하는 것에 대하여 공개적인 이메일로 법관들에게 재판지연의 합당한 이유가 없음을 알리는 것이 법관의 독립을 해하는 것이 아니다.

discipline을 사실상 포기한 사법행정의 장보다는, 이른바 “인식될 수도 있는 오해”에도 불구하고 discipline을 수행한 사법행정의 장이 보다 이 사회에 기여하는 노력을 하는 책임자이다. 더구나 “인식될 수도 있는 오해”에 대하여 겸손하게 사과까지 하지 않았는가.

이 기회에 판사회의의 존재와 그 성격을 냉철히 돌아보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2009. 5. 15.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회 장   임    광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