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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금융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시장의 조정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김우택(한림대 교수)
글쓴이 등록일 200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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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시장의 조정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김우택(한림대 교수)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가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공짜를 좋아한다. 가능하다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많은 것을 얻으려 한다. 시장경제에서 위기란 다름 아닌 이 원리를 피해가려다가 한 번에 몰아서 그 대가를 지불하는 현상이다. 그러니까 일시적 불균형이나 시장의 왜곡을 해소해 가는 과정으로서의 시장기구의 자율조정 메커니즘은 이 원리의 집행자인 셈이다.

최근 서브 프라임 모기지 시장에서 촉발된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미국 정부의 구제 금융과 시장개입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기회를 만난 듯 금융자본주의의 실패,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선포하며 큰 정부의 시대 도래를 미리 자축하는 듯하다. 모처럼의 기회를 십분 활용하여 자신들의 사회주의적 소신을 펼치고자 하는 욕구는 이들로 하여금 금융위기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게 만드는 듯하다. 그래서 이들은 부동산 시장의 문제보다는 월가의 파생상품의 문제만을 부각시킨다.

이번의 금융위기는 부동산시장의 거품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부동산 담보대출에 기반 한 파생상품들이 금융거품을 확대 재생산한 두 자산시장의 합작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멈추지 않고 있는 한, 금융위기도 아직 끝이 아니라는 진단이 나오는 것이다. 부실 주택담보대출 해결을 위한 금융지원이 미국 정부의 금융위기 대책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번의 미국발 위기가 월가 금융자본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가 불러온 시장실패라는 진단은 반쪽의 진실일 뿐이다.

우리는 왜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생겼나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것이 시장의 실패였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화에서 촉발되었다. 이는 우연이 아닐 뿐 아니라 미국 금융위기의 본질에 접근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상환능력이 없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담보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전제로 한 대출은 처음부터 높은 부실화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그 같은 고위험 부동산 담보대출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2001년 닷컴 버블 붕괴에 따른 불황의 대가를 치루지 않고 경제성장을 지속하고자 하는 유혹이 만들어낸 저금리 정책이었다. 게다가 1990년대부터 금융소외계층에게도 주택담보대출의 혜택을 주어 자기 집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정치권이 제공한 명분에 편승하여 재빨리 움직인 투자은행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의 심각성이 자주 1930년 대공황에 비교되고 있지만 그렇게 되자면 미국을 비롯한 다른 주요 국가들의 정책당국자들이 앞으로도 더 많은 실수를 저질러야만 가능한 일이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정부의 정책실패가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대공황이 단순한 시장의 경기순환상의 불황으로 끝났을 일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실패와 정부의 긴축재정정책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사태를 만들었던 것이라면, 이번 금융위기는 연준의 느슨한 통화정책의 결과로 생겨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금융시장이 파생상품을 가지고 확대재생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경제, 특히 금융제도는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907년의 금융위기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라는 이름의 중앙은행 제도의 도입계기가 되었고, 1930년 대공황으로 금융기관 간에 방화벽이 세워지고 예금자 보호제도가 도입되고 신용정책을 일원화하기 위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금융제도의 새 틀이 만들어졌듯이, 이번 위기도 새로운 금융시장 틀 짜기를 강요하고 있다. 투자은행의 종말이 이미 그 시작을 알렸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 새로운 금융 감독제도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을 겨냥한 이 같은 대책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책의 실패를 막을 조치를 고안하는 일이다. 경제학계는 오래전부터 “전쟁은 장군들에게만 맡겨놓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금언으로 통화정책을 몇몇 사람의 판단에 의존하는 것을 경계해왔다. 시장규율이 작동할 때 치러야 할 비용을 뒤로 미루려는 시장참여자들의 욕구는 인지상정이며, 통화정책 결정자는 그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리드먼 규칙이니 테일러 규칙 등이 제안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규칙이 작동한다면 ‘그린스펀 풋’이니 ‘그린스펀 버블’이니 하는 용어들이 다시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출처 : http://www.freemarketschool.org 자유경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