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 달라의 구제금융은 잘 하는 것인가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회장 임 광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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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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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억 달라의 구제금융은 잘 하는 것인가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회장 임 광 규
경제에서 ‘잘 하는 것’이냐 여부는 ‘보다 번영하는데’ 그리고 ‘보다 반듯하게 되는데(법치를 제대로 하는데)’ 도움이 되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 당장의 여론의 아우성이 얼마나 가라앉느냐, 시민의 지지 인기가 얼마나 올라가느냐를 기준으로 정책결정을 할 때, 번영과 정의에 반하는 수가 자주 있다. 아우성 가라앉히고 인기관리 하는 것을 신문과 방송이 잘 하는 것이라고 논평하는 수가 많다.
우리가 왜 지금 미국의 7000억 달라 구제금융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가?
우선 금융과 법률의 세계적인 연결 상태에서 대한민국도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 오늘의 세계경제에서 가장 효율적인 선진시스템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정책이므로, 미국에서 정부개입으로 ‘잘못하는 것’을 따라 배우거나, 정부개입을 더 하여 ‘더 잘못하자’고 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덩달아서 ‘잘못하는 것’을 피하고,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선진화의 선두에 설 수가 있다.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헐값매각을 당하고, 리먼부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러 그 주주 투자의뢰자 계약자들이 낙담하고, 다른 투자은행 소매은행에서 까지 그 주주 투자자 예금자들이 불안해하기 시작하자, 미연방 당국이 보험회사 에이아이지에 구제대출을 해 주고,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을 폐쇄 즉시 제이피모건체이즈에 매각케 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경기침체(depression)을 두려워 한 미국시민들의 아우성 여론 앞에서, 우여곡절을 거쳐 2008년 10월 3일에 긴급경제안정법(Emergency Economic Stabilization Act)을 연방의회에서 최종가결하고, 그 몇 시간 안에 대통령이 부랴부랴 서명하여 입법하였다. 총액 7000억 달라까지 사용하는 권한을 재무장관에게 주어서, 구제금융을 하겠다는 것이다. 양당의 대통령 후보들도 각각 이 구제법안에 찬성하였다.
이번 구제금융은 돌려받지 못할 채권을 많이 가진 은행이나 투자은행이 자금부족으로 쓰러질 때가 되니까 그 파급효과를 막으려고 정부가 납세자의 돈으로 우선 불량은행들의 불량채권을 인수해 주는 것(불량은행은 납세자의 돈을 못 갚을 가능성이 크고 대개는 그 몇십%의 돈은 떼인다고 보면 된다)을 말한다. 긴급경제안정법 제101조에 의하여 불량금융상품(troubled assets)을 재무장관이 사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구제금융은 은행이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채무자들의 빚(troubled assets)을 정부가 보증을 서주거나 대신 갚아 주는 것(은행돈 빌려 쓰고서 못 갚는 시민들에게 정부가 나중에 구상하여 받아 낸다고는 하나 비용만 많이 들지 거의 회수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도 말한다. 긴급경제안정법 제102조에 의하여 재무장관이 빚 못 갚을 채무자 빚을 보증 서주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제111조에서는 주택을 빚내서 사고 갚을 힘이 부족한 시민들의 그 이자를 감면해 주고(제b항 제2호 A행), 원금까지 감면해 주는(B행) 조치도 취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돌려받지 못할 불량대출을 활발하게 해주어도 은행이나 투장은행의 대차대조표에는 자산 난에 받을 채권으로 기입 계산되어 손익계산서(문서)상 이익을 많이 낸 것으로 된다. 그러면 그런 은행의 경영자들은 보너스 받고 옵션까지 받아서 승진하고 현금으로 바꾸어 집에 가져간다. 그런 다음 상당시간이 흘러간 후에 사건은 터지기 마련이다(미리 사태를 대비하고 고통스러운 작업으로 리스크 관리를 잘 한 은행의 경영자들은 정크본드를 사양한다.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가 화려하지 못해 보너스도 없고 옵션은 더군다나 없다). 평소의 소득을 넘는 지출을 함부로 하는 생활을 해 오거나 은행 빚으로 주택을 산 시민들은 정부가 대신 갚아 준다는 소식만으로도 다른데 돈은 써도 은행돈은 갚지 않고 질질 끌고 구경하게 마련이다(누가 뭐래도 자기 분수에 넘게 생활비를 지출하는 일 없이 근검하게 사는 시민들에게는 이래저래 세금고지서 액수가 많아진다).
미국의 이번 구제금융은, 미국에서 시행하든, 한국에서 따라 배우든, ‘번영에 해로운 것’이다.
구제금융은 경솔하게 틀린 판단을 한 기업, 정직하게 행동을 하지 않는 기업가들의 실패를 보상해 주니까 번영에 해로운 것이다. 자본주의가 번영의 최적시스템인 이유는, 각자가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을 하는 가운데, 가장 맞아 떨어지는 판단을 하도록 경쟁을 하게하고, 가장 정직한 봉사를 하도록 경쟁을 하게 하는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이다. 자원을 낭비하게 될 불량채무자에게 돈(자원)을 잘못 대출해 준 은행에게 보상하거나, 갚을 가망 없이 남의 돈을 빌려다 쓰고 갚지 않는 시민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은, 잘못해도 돈을 벌게 하고 심지어 잘못해서 돈을 더 벌게 하고 채무이행약정을 어겨서 오히려 이득을 보게 하는 역인센티브이니까 번영에 해로운 것이다. 더구나 맞는 판단과 정직한 봉사로 번 돈을 아끼고 쓰려는 대부분의 시민들에게서 거둔 세금으로 그런 나쁜 보상을 해주니까 더 나쁜 것이다.
리스크를 하되 자기가 부담할 만한 범위 안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기업가들이나, 벤쳐 비스니스의 룰에 따라 리스크 판단을 하는 기업가들이나, 정직하게 기업활동을 하는 기업가들에게 상대적으로 손해나는 불공정경쟁을 시키고 조세부담을 더 안겨 주니까 번영에 해로운 것이다.
사람들의 아우성을 달래려고, 인기를 관리하려고, 이번만은 자유에 대하여 책임이 따르지 않게 해 주는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하늘을 두려워하고 착한 일을 하라고 권면하면서 지옥은 없다고 설교하는 목사님이나 신부님의 설교와 같은 것이다.
경솔하게 틀린 의사결정을 한 경영자나 정직하지 않게 행동한 시민이 우선 취득한 이익은 사적으로 자기 집에 가져가게 해 놓고, 그로 인한 손실은 공적인 납세자 돈으로 부담하여 주게 되면, 세상의 기업인들과 시민들은 마음 놓고 경솔하게 행동하고 쉽게 남을 속인다.
미국의 이번 구제금융은, 미국에서 시행하든, 한국에서 따라 배우든, ‘부패를 키운다’(법질서를 어지럽힌다).
구제금융은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어느 은행을 살리고 어느 기업을 퇴출시키며 어느 계층의 빚을 대신 갚아 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납세자의 눈물과 땀으로 모아다 준 국고의 저수탱크에 연결된 수도꼭지를 잡고 있는 행정부 공직자에게, 생사가 걸린 기업인들이 뇌물 돈이나 간접이익을 가지고 필사적으로 달려 들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정당관계자도 그 영향력을 가지고 가만히만 있는 게 아니다. 정치자금이라는 합법의 가면을 쓰면, 생사가 걸린 기업인들이 돈을 들고 달려드는 방법들은 굳이 필사적이 아니라도 되게끔 교묘하게 개발될 것이다. 그러면 ‘부패해진’ 자본주의를 타도하려는 세력들 앞에서, 청렴한 공직자들, 자기의 리스크와 땀의 대가만으로 사는 착한 기업인들과 선량한 시민들이 자유의 체제를 지키기가 더 힘들어 진다.
그러면 오늘의 이 금융혼란상을 놓고 대안이 있는가라고 물을 것이다.
오랜 경제의 역사를 보면 경기는 변동하면서 호황이 계속되다가 불황이 나타나게 마련이고, 긴 눈으로 보면 그런 게 정상이다. 끝이 없는 호황 그 자체는, 감기 한번 앓지 않고 체중만 늘어나는 육체처럼, 인류에게 해롭기까지 하다. 인간의 욕망을 자꾸 자꾸 더 채워주는 호황의 영속은 지구의 환경이나 인간의 정신이 전부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쁜 기업이나 불량고객을 확인하는 어려운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은행 임직원들이 방만하게 대출하거나 금융상품을 취득하면 은행이 나빠지는데, 그 은행의 주주들은 손해를 받아 교훈을 얻어야 한다. 평소에 그 은행의 주식 값이 오르리라고 가볍게 믿거나 경솔하게 속고서 샀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나만은 남보다 쉽게 돈을 버는 그런 이치는 없다. 그 은행의 근로자들이 노동운동에 올리는 열보다, 나쁜 고객을 가려내는 은행원으로서의 직업의식이 약했다면, 실직의 아픔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쁜 은행의 고금리를 택한 고객이 은행인출사태에서 교훈을 받는 것은 경제가 건전해 지는데 꼭 필요하다. 그에 따른 혼란은 그 교훈을 받는 기회를 잃고 정부의 구제를 기대하는 나쁜 버릇의 정착보다 훨씬 덜 나쁘다.
세상에 그냥 좋기만 한 것은 없다. 가장 덜 나쁜 선택의 연속이외에 이 세상을 보다 살만하게 행복하게 만드는 노력은 달리 없다.
눈앞의 급한 혼란을 피하려는 정책 대신에, 멀리 보고 덜 나쁜 전략의 선택을 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도대체 미국의 이번 금융혼란의 원인은 무엇인가?
경제학자들이나 언론인들이 사후에 비평하기는 쉽다. 각자의 분수를 넘는 주택소유를 장려하면서 신용등급 미달자들에게 그 구입할 주택에 저당설정을 하여 받고 구입자금을 융자한 금융기업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평한다. 이제 와서 미국 연방정부의 금융정책을 주로 책임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이를 제지하지 못하고(서민들은 우선 집이 생겨서 환영하고, 주택건설업자들은 건축을 많이 해서 환영하고, 주택거래관계 업자들은 비스니스가 많아져서 환영하고, 경제전반이 활력있게 돌아가므로 일반시민들도 환영하고, 정치인들은 시민들이 좋아하므로 환영하니까 표를 얻으려고) 저금리정책을 유지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어제까지 미국의 장기호황을 이끌었다고 칭송받던 전임 연방준비제도 이사장을 이 혼란의 주범이라고 논평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이것이 인간의 민주주의가 겪는 세상 돌아가는 스토리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민주주의도 교훈을 받아들이면 이 사회가 좀 더 건전하게 번영하고 좀 더 법치를 확립하게 되는데, 오늘의 미국의 일부 유력한 여론 선도층은 이 교훈을 외면하고 서민들이 신용 부족인 만큼 은행 빚으로 사 놓은 집을 그냥 소유하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 저당채무를 정부가 대신 변제해 주라는 등의 논조를 펴고 있다.
미국은 그렇다고 치고, 이 금융혼란기가 지나고 나면, 도대체 우리 한국은 세계경제 속에서 어떤 처지와 지위에 있게 될까?
미국의 일부 잘못된 여론 선도층을 따라가면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냥 선진국을 딸아 다니는 데 급급한 후진의 길에서 허덕일 것이다. 미국이야 이렇게 교훈이 필요 없다고 무시를 해도 될 만큼 여유가 있는 나라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을 따라 잡아야 할 한국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다. 오히려 지금이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다. 혼란과 위기가 기회라 하지 않는가?
이제 전세계의 금융혼란의 소란가운데 선진국들이 모두 함께 뛰기 시작하는 스타트라인에 한국은 같이 서있게 되었다.
금융이란 생산성이 더 높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 주어, 미래에 그 생산성의 일부를 빌려 준 자가 돌려받는 계약이다. 계약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법치의 시작이고 근간이다. 문제는 생산성을 발휘하겠다고 주장하면서 돈을 빌려 간 기업에게 항상 리스크가 따르고 돈을 못 갚을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 등 선진국들의 은행들이 라틴아메리카의 정부나 기업들에게 돈을 빌려 주면서 선진국의 은행들끼리 서로 보증을 서주고 보증서를 써 받았다. 남미의 어느 은행에게 돈을 대여하려는 미국의 어느 금융기업이 자기보다 덩치 큰 민간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에게 보증을 서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책임직원이 대출금융기업 직원과 함께 남미에 날아가서 상당 사항을 확인하고 보증서에 사인 해 주고서 보증료로 몇 백만 달러의 현금을 본사에 송금해 놓고 일을 성공한 멋진 은행가가 되어서 돌아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현금 몇 백만 불의 순수익을 대차대조표에 기재하고 그 출장 직원은 보너스 타고 이런 업무를 누적시킨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은행장은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게 되었다.
물론 그 해의 대차대조표는 합계 수 억불을 보증했다는 기재가 없이 공표되었다. 그러나 운명의 날이 찾아온다. 남미의 여러 나라들에서 정부까지 지급불능에 빠지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보증을 이행하게 되어 거의 망하게 되고 쪼그라지게 되었다. 이런 사태를 보고 혼이 난 국제금융기관들이 금융기업들의 대차대조표에 보증액수를 기재하는 룰을 만들게 되었다. 인류의 경제사에서 회사조직과 함께 복식부기는 문명세계에 번영을 가져온 획기적인 발명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의 혼란과 위기가 복식부기의 기재항목을 고치게 한 것이다. 이렇게 혼란과 위기를 거치면서 자유시장경제가 개선되어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한다.
이번의 금융혼란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은행 등 금융기업들이 리스크를 제대로 미리 평가하여 이를 계산에 넣지 않은 채, 수많은 금융상품을 만들고 결합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는 셈법을 한 위험인자가 도사리고 있다. 함께 채권자가 되고 함께 채무자가 되고 남의 계산이나 통계를 기준삼아 베팅을 하고 누구에게 채권을 넘겨주고 누구로부터 채무를 인수하다 보니, 돈의 액수만큼은 돌아다니지만 리스크가 몇 %인지 리스크가 얼마 %로 늘어났는지 희석되었는지 얼마 % 곱해 졌는지 대차대조표에 기재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것이 국경을 넘나들며 거래가 되었으니 아무도 이 혼란상과 위험도를 개략적이나마 계산하지 못한다.
만약에 한국의 어느 뜻있는 경제학자가 이 리스크의 계산방법과 결합 희석비율의 과정을 밝혀내고 이를 대차대조표에 어느 정도 반영하게 하는 연구를 실효성 있게 세계에 내어 놓으면 분명히 한국경제와 전 세계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것이다. (2008.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