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환경주의자』
이상돈
브레인북스 (446쪽)
임광규


· 정기총회 축사-민병균(자유기업원장) 2002.01.31

- 거꾸로 가는 우리사회 -

민 병 균
(자유기업원장)

오늘 세 번째 헌변의 정기총회를 갖게 된 것을 충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보가 폭주하고 통신이 광속으로 왕래하는 오늘의 삶은 문자그대로 시간과 장소를 파괴해 가고 있는 신천지입니다. 그럴수록 현대사회는 바빠지고 이타적이기가 더욱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헌변이 하시는 일에 시간을 내시고 이렇게 참석하시고 참여하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헌변의 활동에 참여하고 봉사한다는 것은 우리들 자신을 위한 것이며 나아가 한국사회를 위한 것이고 또 우리 자손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헌변은 그 동안 대한민국의 정체를 흩뜨리는 적화세력에 맞서서 싸워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감시의 눈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이라는 정체(identity)를 지키는 최소한의 노력이고 국민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오늘 헌변의 정기총회를 축하합니다. 또 제가 이러한 자리에 축사를 올리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사업은 창업 후 3년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3년을 버티면 생존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합니다. 헌변도 3년을 이미 성공적으로 버텼으므로 앞으로 생존·발전 가능성이 아주 커졌습니다. 앞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과 업적을 쌓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헌변의 발전은 더욱 분명해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금년부터는 저희 자유기업원, 그리고 자유시민연대 등 기타 유관기관과의 연대가 확실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유기업원을 맡은 연고로 경제쪽에서는 현재의 한국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문제 또는 시각을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좀 이단적일지는 몰라도 한국사회 특히 경제사회구조(system)를 아주 비판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더 잘할 수 있는데 이것 때문에 제대로 안 된다. 그게 뭐냐, 그런 식의 말씀입니다. 또 더 나아가서 하나의 문명(文明)으로서, 하나의 집단으로서 역사적으로 유구한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이게 아니고 저렇게 가야 하는데… 하는 식으로 제도와 현상을 볼 수 있겠습니다. 예컨대 교육문제를 볼 때 학생이나 학부형에게 선택권이 없다, 학교선택권·과외수강권이 없다, 또 현장 교육자들에게도 자율권이 없다, 중앙에서 모든 것을 통제한다, 총독부 시절과 다름이 없다, 그런식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재정경제부가 관장하는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정부가 경제를 망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신사를 망쳤습니다. 종금사를 부도냈습니다. 단자사를 부실케 했습니다. 은행을 망하게 했습니다. 공적자금이라는 국민세금을 탕진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으로 짜여진 소위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를 가꾸어 왔습니다. 아직도 그 틀을 깨기 어렵습니다. 그러한 관치금융이라는 틀 속에서 금융이라는 고유기능이 상실되었습니다. 금융의 고유기능이란 다름아니라 시장에서 '신용을 평가'하는 기능입니다. 관치금융, 정경유착, 행정적인 관치체제에서는 '신용'이 무엇인지, 왜 가꾸어야 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관치금융을 계속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교육부를 없애야 한다, 재경부를 없애야 나라가 된다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와 환경단체와 같은 시민단체, NGO들도 문제가 있습니다. 저들이 공격하는 기업은 쓰러졌습니다. 저들이 표방하는 기치는 그럴사하지만 저들의 목표는 파괴라는 심증이 있습니다. 권위와 시스템과 자본주의를, 재벌을, 기존질서를 파괴하려 하는 숨은 목표가 있다고 의심할 수 있겠습니다.

저들이 공개적으로 또는 음성적으로 만들었다, 또는 추진했다고 할 수 있는 사업중에는 의약분업, 의료보험, 연기금 제도와 같이 국책사업들이 있습니다. 이들 사업은 모두가 다 문제가 많습니다. 여기에서도 시민의 선택권은 점점 작아지고 결과의 평등을 주장하는 사회주의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결국은 파탄이 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제도나 정책으로 나타난 것 말고도 우리사회 곳곳에 보이지 않게 숨어들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과 사상의 침투세력을 상정해 볼 수 있습니다. 언론매체가 이상해져가고 있습니다. 정치권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현 정부도 꽤 물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침투했는지 모릅니다. 어쨌거나 요즘 TV토론이나 정부정책을 본다면 걱정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처럼 나라가 어지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이나마 사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매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큰 흐름이 제자리를 아직은 잡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고 포효할 그러나 조용히 지켜보는 침묵의 다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 때 북한을 비롯한 소위 제3 제국들은 우리보다 경제가 좋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채택한 수출주도형 경공업정책은 성공했습니다. 자본주의 농업은 혁명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결국 껌을 팔아 달러를 번 우리가 제철소부터 지은 공산체제를 이긴 것입니다. 홀치기로 돈을 버는 것이 페인트칠로 달러를 버는 것이 자력갱생과 제철소와 그리고 트랙터부터 생산한 북한을 이긴 것입니다. 정책의 선택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번 잘못하면 한세대 동안은 고치기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의 일은 중요합니다. 국가정책이 옆으로 빠지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비판하고 호통치는 일은 그 무엇에 비할 수 없이 중요한 사명입니다. 한번의 실수는 한 세대를 실패로 몰고가는 것입니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더 잘할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교육이 그렇고, 경제가 그렇고, NGO가 그렇습니다.

욕심을 내자면 한이 없겠으나 어쨌든 21세기에는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일류 국가, 더불어 사는 나라, 지속가능한 문명, 지도자적 국가, 윤리적 국가가 되어야겠습니다.

오늘 3주년 정기총회를 맞은 헌변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함께 힘을 합쳐 희망찬 내일을 위해 성취의 나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함께 소송을 하십시다. 제도가 일탈하지 않도록 싸웁시다. 다같이 헌법소원을 냅시다. 우리사회가 거꾸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싸웁시다. 법치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해 헌변과 함께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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