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환경주의자』
이상돈
브레인북스 (446쪽)
임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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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한 참여전략 그모험과 반대급부(下) (200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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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변
4. 미국의 대북한 참여 전략, 그 모험과 처방

미국의 대북한 참여전략은 두 가지 모험이 뒤따른다. 하나는 성과부진에 따른 모험이고 다른 하나는 성과획득에 따른 모험이다.

한국의 경우를 첫 번째 모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자. 오늘 현재로 한국이 참여전략이란 차원에서 북한에 제공한 엄청난 물질과 베푼 호의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북한이 한국에게 그 반대급부로 보인 것은 상징적인 대응 제스쳐와 지극히 제한된 수의 이산가족이 국경 넘어가서 단시간의 자유롭지 못한 상봉으로 눈물바다를 이루고 온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현시점에서 한국은 상호주의 원칙에 전혀 합당치 않은 시혜일변도의 짝사랑에 빠진 느낌이다. 다수의 한국국민들은 지난 1년간의 성과부진을 교훈 삼아 햇볕정책 이전의 대결태세로 복귀하기를 원하고 있다. 더 이상의 이산가족 상봉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정부의 상황은 흡사히 1969년에 서독이 동방정책을 착수한 직후같이 참여전략의 자물쇠가 잠겨진 상태에 놓여 있다. 그 당시 브란트 서독 수상은 동독에 재정지원을 제공하고 서방측 여러 나라들이 동독을 승인토록 하는 등 몇 가지 파격적인 특혜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독은 서독의 이러한 양보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대급부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동독을 탈출하려는 국민을 계속 압살하였다. 이때 소련은 동독을 부추겨 무반응을 보이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1980년대 말에 베르린 장벽이 문어 지는 변혁을 초래케 했으니 서독의 꾸준한 흡수통일 노력의 결실이었다. 이 같은 역사적 교훈이 남북한 관계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동서독간의 민족정서와 민주화 그리고 이질화 수준은 물론 군사력과 경제력의 격차 등이 남북한간의 그것과는 판이하기 때문에 유질동형의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남북한의 균형경제란 차원에서 남한으로부터 북한에 아무리 많은 자원이 이전된다 해도 경제체제와 정책이 상이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의 생활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는 없으며, 상대적으로 우세한 북한의 군사력을 남한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제공한 자원을 변칙 전용하여 가일층 증강한다 해도 한미연합군의 실전전력을 능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 한국의 참여전략은 성과부진이 예고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지난 3년여에 걸친 햇볕정책의 손익계산에서도 쉽게 예단 가능하다. 따라서 한국국민 다수가 참여전략의 종식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은 무리가 아니다.

동서독의 경제력과 남북한의 경제력 비교가 등가치가 될 수 없으며, 동서독은 동족상잔의 혈투를 경험하지 않았으며 이질화가 심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국국민의 절대다수가 6.25 침략전쟁과 휴전후 계속된 무력도발 행동은 물론 테러리즘에 대하여 불신과 증오를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납세자로서 적대세력인 악의 무리에게 혈세의 일부가 대가없이 전달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는 현실은 바로 대북한 참여전략의 성과부진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계속성을 유지하려함은 중대한 모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성과획득이란 낙관론적인 입장에서 예상되는 모험을 생각해 본다. 낙관론자들은 대북한 참여전략 시행 후 아직 제도적으로 군축이나 신뢰조성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무력도발이나 위협표출은 없어졌다고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제한된 해외자본 유입도 북한의 경제위기를 완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이러한 미시적 표피적 변화가 당근의 일시적 약효란 사실을 모르고서 파도만 보지 바다를 못 보는 구성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러한 순간적 사태호전을 참여전략에 의한 성과획득으로 낙관한다면, 주한미군의 한국주둔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이 재검토되어야 한다. 만약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완전 소멸되었다면, 왜 한국에 미군이 주둔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하지 않은데도 위협부재로 오판하여 주한미군철수 주장을 수용한다면, 결국 북한의 외세배격에 의한 자주통일주장에 동조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리하여 주한미군 없이도 한국의 군사능력이나 경제력으로 봐 북한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중대한 오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의 위협은 상존하고 있으며, 기간중의 소강상태는 위장평화공세란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6.25 전쟁 직전처럼 주한미군 철수 직후에 북한이 힘의 공백을 이용하여 남침했던 사실을 돌이켜 볼 때, 주한미군의 존재가치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만약 주한미군이 북한의 위협소멸이란 이유로 철수하거나 감축하게 된다면, 유사시 한반도 전쟁을 뒷받침하기 위한 군수지원기지 역할을 맡고 있는 주일미군도 대폭 감축이 수반되는 연쇄반응효과가 나타날 것인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결국 대북한 참여전략의 사이비 성과에 부응하여 주한미국과 주일미군의 세력현시에 변화가 초래된다면,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있어서 미국의 참여전략이 전략적 패배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주한미군에게는 북한의 물리적 위협대처란 기본 임무가 부여되어 있지만, 주일미군과 더불어 또 다른 중요한 다음과 같은 고차원의 과업을 맡고 있는 것이다.

① 한일간의 갈등관리

한국은 최근의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에서 보듯이 아직도 일본의 제국주의(imperialism)를 두려워하고 있으며, 일본은 한국의 보복주의(revanchism)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은 본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존재가치는 양국의 이러한 적대적 민족정서를 순화시키는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의한 평화시의 안보위협 대처와 전시의 통합전력 발휘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공동체의식으로 공통의 적과 싸우도록 제도화되어 있는 바, 이것이 한일간의 해묵은 국민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② 한반도 통일 공약의 현시

한반도의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극적으로 도래할 수도 있는바, 주한미군은 평시의 평화유지와 전시의 평화회복이 본연의 임무이지만,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뒷받침하고 자유민주체제로의 흡수통일을 위한 기반조성이 대전제가 된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한미연합사 작계 5027이 마련되어 있다. 이는 한국의 현행 헌법에 명시된 대로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들을 통일한국의 영토로 완전 회복하도록 북한의 남침과 동시에 반격으로 현재의 북한 통치지역을 점령확보하여 북한 정부를 소멸시키고 한국 주도로 흡수통일을 이룰 수 있게 군사적으로 뒷받침해 주려는 공약의 현시라고 하겠다.

③ 중일 패권경쟁의 잠재요인 억제

일본은 아직 공공연히 표출하고 있지는 않으나 왕년의 대동아 공영권의 망령이 되 살아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해상세력 증강과 함께 동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분쟁 도서 강점에 이어 대만해협에서의 무력시위는 물론 서해에서의 한국 영해침범 어로활동 등을 미뤄 봐 역내 패권 장악 야망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역내에서 미군 최대의 통합군인 미태평양사령부의 군사력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해외 군사력의 투사는 위축되고 있으며, 일본은 여전히 미국의 안보우산하에 있기 때문에 미국의 동의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함으로 군사력의 현대화를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영국이나 독일 그리고 프랑스를 능가하는 400여 억 달러의 군사비를 써면서 AEGIS함의 추가 도입확정과 항모도입계획 등 추진은 위협적일 수밖에 없는 바 이를 조절 억제하는 지렛대기능이 최전방 배비세력인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에게 있는 것이다.

④ 대만의 안전 방호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이 대만 방호를 위한 최적의 시공간적 위치에 자리잡고 있지는 않다. 이는 미국의 WIN-WIN전략이 폐기되지 않는 한 세력전환 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미 제 7함대 작전 해역권내에 유사시 투입될 대규모의 지원 및 배후 세력이 존재한다는 상징적 공약이나 선언만으로도 중국은 선제공격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대만의 미국에 의한 전구미사일방어체계 참여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다.

⑤ 러시아의 긴장조성 제동

비록 지금의 러시아가 정치 경제적으로 취약해 졌지만, 동북아에 있어서는 여전히 만만치 않은 잠재적 무력투사를 할 능력이 있으며, 아직도 미국과 더불어 세계의 전략핵무기 피라밋드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군사적 단극체계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정책도구로서의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군사적 현시는 러시아의 한국과 일본에 대한 긴장고조 행동에 제동을 가하게 된다. 이는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태평양 진출이 애로지점을 통제하는 미해상세력에 의해 감시당하는 숙명적인 지전략적 환경이기 때문에 불가피하다.

일부 논자들은 이상의 5가지는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이 없이도 역내의 세력균형에 의해 자동조절될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반도의 통일에 주한미군이 절대적인 장애 요인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비이성적인 악당국가인 북한이 군사력의 절대우위를 견지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하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은 유사시 재투입이 전제된다해도 현장군사력이 없는 한 인계철선과 지렛대가 없어지고 나면, 남베트남의 경우처럼 미군의 재투입은 이뤄질 수 없게 되고, 북한의 군사력에 의해 자유민주 헌정이 유린당하는 최후의 비극이 초래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참여전략의 오도에 의한 최악의 모험일 것이다.

5. 미래 전망

미국이 내세운 북한에 대한 참여(engagement) 전략은 하나의 대외정책적 수단이나 절차이지 목적은 아니다.

그르므로 미국은 단기간의 상황진전에 관계없이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나아가서 한국주도의 흡수통일이 성취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이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막다른 골목의 실체(dead-end entity)인바 조만간에 소멸될 것으로 내다본다는 것이다. 빠르면 2005년, 늦으면 2020년 까지는 붕괴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경제구조란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점진적으로 살아지거나 아니면 어느날 갑자기 예고 없이 종지부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의 과중한 부담과 불안정에 대비하여 주한미군의 주둔이 한반도 통일 후에도 필요하다는 것을 재확인 강조하고 있으며, 김정일은 최근에 와서 주한미군철수를 발악적으로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대북한 참여전략은 가일층 거시적 안목의 역동성과 신축성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 같은 맥락에서 주한미군 계속 주둔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는 참여전략을 뒷받침해주고, 통일후의 신 국가 재건 기간 중 주변 강대국의 물리적 위협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일후에는 현행 미군 우위의 한미연합군 구조가 아니라 일본처럼 양국이 독립된 지휘권을 협조적으로 행사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국간의 군사동맹국으로서의 유대강화와 선진기술도입 그리고 인력과 정보의 교류협력은 물론 연합작전훈련의 고도화를 위해 미국에 한국군의 영구기지를 설치하는 방안도 신중히 연구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군의 미국내 상주기지 문제를 이미 미국과 일본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대북한 참여전략은 우리가 잘 못 알고 있는 바대로 결코 조건없는 일방적 시혜나 유화 포용정책이 아니라,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붕괴할 것임을 전제한 한반도의 전쟁억제 내지 평화정착과 더불어 통일의 기반조성에 이바지하고, 나아가서 통일후의 안보를 뒷받침해 주기 위한 장기 안목의 대전략적 접근인 것이다.♠

이선호 (군사평론가/ 행정학 박사)  




[ 2003-12-23, 23:58 ] 조회수 : 3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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