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환경주의자』
이상돈
브레인북스 (446쪽)
임광규

북한 이탈주민의 법적 지위

- 실태와 난민자격을 중심으로 -

최 성 철 (漢陽大 敎授)

1. 머리말

  현재 난민문제는 인권, 복지, 환경 등과 더불어 국제정치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난민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국제연맹의 초창기에도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국제문제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수백만의 난민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생긴 이후부터이다. 이러한 난민문제를 다루기 위해 전쟁직후 국제난민 기구(International Refugee Organization)가 설치되었다.

  국제법상 난민자격은 1951년 7월 28일 제네바에서 채택되고 1954년 4월 22일 발효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에 규정되고 있다. 그런데 이 협약은 그 적용대상이 1951년 1월 1일 전 유럽에서 발생한 난민으로 되어 있어(제1조 2항) 해석상 1951년 1월 1일 이후에 발생한 난민 및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한 난민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제한규정을 철폐한 것이 1967년 1월 31일 작성되고 같은 해 10월 4일 발효한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Protocol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의 제1조이다. 난민의정서로 해서 난민협약은 지금 시간적·장소적 제한 없이 모든 난민에 적용되게 되었다. 이러한 난민협약 및 난민의정서에 가입하고 있는 국가들의 현황을 보면, 1994년 7월 5일 현재 협약에는 123개국, 의정서에는 123개국, 이 두문서에 모두 가입하고 있는 국가의 수는 119개국, 이 두문서중 하나 또는 모두에 가입하고 있는 국가수는 127개국에 달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는 1992년, 러시아는 1993년, 그리고 중국은 1982년에 각각 가입했다.

  난민의 국제적 보호는 제도적으로 볼 때 의사에 반해 강제송환금지 (non - refoulement), 비호(asylum) 그리고 불법입국 또는 불법체류에 대한 처벌 중지 등이다. 그러나 난민의 국제적 보호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난민의 강제송환금지(non-refoulement)원칙이다. 이 원칙은 학대를 받을 이유가 있거나 또는 그러한 우려가 있는 자기국가 또는 상주(habitual residence)하는 국가로 추방이나 강제송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제3국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 이탈주민들의 수는 상당하다. 중국과 러시아 등 제3국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 이탈주민들은 약 1,600명 이상이고, 이 중 현재까지 우리 재외공관에 망명을 요청한 경우는 약 500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북한 이탈주민들은 공개적으로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규모 등 정확한 실태파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제3국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 이탈주민들은 현지국 공안원이나 북한 안전원에게 발각될 경우 강제송환당하고 있다. 그리고 송환된 북한 이탈주민들은 공개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수용되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인 생존권을 위협받는 입장에 처해 있으면서도 '난민'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주민의 가장 유력한 탈출지인 중국·러시아 정부는 이들에 대해 우호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체포된 북한 이탈주민들을 북한당국에 인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적극적인 보호대책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 이탈주민들은 현지국 공안원과 북한 안전원들을 피해 은신하고 있으며, 많은 북한 이탈주민들은 한국으로의 입국을 모색하고 있다.

  북한주민의 탈출이 증가하고 북한 이탈주민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더욱 고조되면서 북한당국은 주민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국경지대를 '전선지대'로 선포하는 등 주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경비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반주민 중 가재도구를 장마당에 파는 사람을 탈출용의자로 간주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현지 공관을 중심으로 북한 이탈주민 체포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국가 안전보위부 요원과 현지 공관원 등 3∼4명으로 구성된 '체포조'를 편성하거나 '국가 안전보위부 그루빠'을 현지에 파견하여 북한 이탈주민 색출·체포활동을 전개하면서 북한 이탈주민들이 체포되면 북한으로 송환시키고 있다.

2. 국내 입국 북한 이탈주민의 현황

  통일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의하면, 1998년 현재까지 국내입국한 북한 이탈주민은 총 933명이고, 사망자나 해외이민자를 제외하면 733명이다. 귀순자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들의 탈북 동기나 규모, 유형, 연령과 직업 등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나 장승길 전 이집트 대사와 같은 최고위층의 북한 탈출은 예년에 없었던 현상이다. 정부는 북한 이탈주민의 정착과 생활안정을 위하여 북한이탈주민법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정부의 지원규모가 미약하여 이들 중 상당수가 영세계층으로 전락하는 등 생활안정에 애로가 발생하고, 정부지원금을 상향 조정하고 취업확대를 위한 직업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훈련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시행령을 개정하였다.

3. 북한 이탈의 배경

  북한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탈북현상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첫째, 1990년대 이후 계속된 북한의 마이너스 경제성장과 1995∼97년 수해와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의 가중은 북한주민들의 탈출을 증가시키고 있다. 북한주민들은 식량배급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며, 일부지역에서는 아사자도 발생하고 있다. 북한의 식량난이 점차 악화됨에 따라 국제적인 관심이 고조되어 왔고, 유엔 등을 통한 국제적인 지원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난과 전반적인 경제난은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구호나 경제원조와 같은 응급처방으로 단기내 회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기아와 궁핍을 모면하기 위한 북한주민의 탈출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경제난·식량난의 악화 속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한 북한주민들의 외부정보 접촉은 탈북을 촉진시키고 있다. 조선족 보따리 장수와 해외교포들의 북한 방문, 해외유학생 및 해외파견자들의 북한 귀환 등을 통해 북한주민들은 외부정보를 접하고 있다. 일부 북한주민들은 중국 및 한국의 발전상을 알고 있으며, 한국방송을 비밀리에 청취하는 주민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개혁, 개방 이후의 중국의 발전상은 북한주민들에게 체제비교의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 따라서 증가하는 외부정보의 유입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는 탈북에 대한 욕구를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셋째, 북한내 사회기강 해이와 사회일탈현상의 증가는 탈북현상을 촉진시키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경제난이 악화되면서 "돈이면 최고"라는 물질만능주의적 가치관이 북한사회에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사적인 경제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뇌물수수, 경제범죄 등이 일상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적 경제활동이 발각될 위험에 처한 경우 탈북을 감행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난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야기된 사회일탈현상과 주민들의 가치관 변화는 이미 물리적 통제로 돌이킬 수 없는 상태이며, 이로 인해 탈북현상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해외체류자 및 근로자들의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탈출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1996년 초 현성일 부부, 차성근 귀순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난으로 인한 해외공관의 자금난과 공관원들의 궁핍한 생활, 마약 등의 밀수·밀매 및 위조미화의 제작·유통, 공관내 조직원들의 갈등 증폭 및 상호감시·밀고, 강제송환 등은 공관원들의 탈북을 촉진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외화벌이사업 중 한국 상사원이나 선교사들과 접촉한 경우 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대부분 탈북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해외체류자 중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자를 대상으로 소환 및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가중되는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파견된 해외근무자들의 가치관의 변화를 물리력만으로는 통제하기 힘들다.

4. 북한 이탈주민의 실태

1) 중국내 북한 이탈주민 실태
   현재 재중국 탈북동포의 숫자는 물론 탈출동기도 불확실한 상태이고 보면, 신변안전에 대한 위협 때문에 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들이 중국 정부에 대해 망명신청 등 법적 보호절차를 밟고 있지도 않고 그러한 의사가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만주지역은 소위 조교(朝僑:북한국적의 중국거류민)들이 활동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재중국 탈출동포들은 이들에 의한 밀고로 특무(特務:북한의 정보원 내지 기관원)들에 의해 체포될 경우에는 북한과 중국이 1960년대 초 비밀리에 체결한 [중국·북한 탈주자 범죄인 상호인도협정](일명 [밀입국자 송환협정])과 1986년 체결한 [국경 지역업무협정]에 따라 강제송환된다. {동아일보}(1996.12.26)가 입수한 [<길림성 변경관리조례>선전제강(提綱)]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1993년 11월 [길림성 변경관리 조례]가 통과된 이후 1994∼95년 동안 중국에 체류하고 있던 북한이탈주민 140명이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되어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당국은 북한 이탈주민들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당국의 이같은 태도는 [난민협약]에 위배되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1951년 [난민협약] 제33조에 "체약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종, 종교, 국정,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여 난민들의 추방이나 강제송환을 금지하고 있다.

  물론 이 규정은 난민이 그 국가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거나, 특히 중대한 범죄로 유죄판별이 확정되어 그 국가에 위험한 존재가 된 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 이탈주민들은 북한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만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들은 송환될 경우 생명의 위협을 받기 때문에 강제송환은 난민의 국제보호원칙에 위배됨은 물론 중대한 인권침해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강제송환된 북한 이탈주민들은 '민족반역자'로 분류되어 사형에 처해지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형법에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가는 행위를 '조국반역행위'로 규정(제47조)하여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이는 국제인권규약(B규약)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 규약 제12조 2항에는 "모든 사람은 자국을 포함하여 어떠한 나라로부터 자유로이 퇴거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2) 러시아내 북한 이탈주민 실태
   러시아내 북한 이탈주민은 300여 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러시아내 벌목장 및 건설현장 등에서 탈출한 북한주민들로서 블라디보스톡, 중앙아 시아, 그리고 중국·러시아 국경지역을 전전하며 의류 등 보따리 장사를 하거나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으며, 현지 주민이나 한국인 등의 도움을 받아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노동자들의 작업현장 이탈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구 소련 붕괴 이후인 1990년대 전후부터이다. 1990년 전후 목재 생산량이 감소하고 노동력이 축소됨에 따라 북한 임업대표부가 잉여노동력을 작업장 밖으로 파견하여 소위 '외화벌이'나 '부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북한노동자들의 작업장 이탈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작업장을 이탈한 북한주민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으면서 생활을 하고 있다. 북한 이탈주민들은 북한 안전원의 지속적인 추적을 받고 있으며, 체포되어 송환되면 사형도 감수해야 한다. 과거에 북한 이탈주민들이 구 소련경찰에 의해 체포되면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비밀의정서]에 의거하여 북한당국으로 인계되었다. 이 비밀의정서는 1993년 러시아 최고의회 인권위원회 위원장인 세르게이 코발료프에 의해 불법으로 선언되었다.

  하지만 이같은 선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내에서 북한 안전원의 북한 이탈주민 추적활동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임업협정(1995. 2 체결) 제14조 5항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다. 이 조항에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든 사적인 또는 외화벌이 사업은 러시아 지방당국의 특별한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북한이나 러시아의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적으로 외화벌이를 하거나 작업장을 이탈한 북한 이탈주민들은 북한당국의 추적으로 받고 있다.

  1993년 10월의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보고에 따르면 북한 이탈주민들은 극도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시베리아 벌목장의 경우 다수의 벌목공들이 족쇄에 채워지거나 고문을 당하는 등 잔인한 비인간적 학대행위가 빈발하고 있고, 정식 기소절차를 무시한 수감이 이루어짐은 물론 피의자의 권리구제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는 등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이탈주민들이 체포되면 현지에 파견되어 있는 북한 안전원에 인계된다. 귀순자 윤성철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 안전원은 임의대로 작성한 서류(대부분 한국으로의 탈출기도, 한국방송 청취 등의 죄명기재)에 강제로 날인시킨 후 북한 이탈주민들을 북한으로 송환시키고 있다. 강제송환은 파견된 국가안전보위부원이나 안전원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서류는 출신지역 도 정치부로 이송된다. 북한으로 이송할 때에는 탈출하지 못하도록 다리에 깁스를 하거나 족쇄를 채운다.

  송환되는 과정에서 반항하게 되면 즉결 처형된다. 1996년 5월 말 한국으로 망명하려다 러시아당국에 의해 체포되어 북한당국에 넘겨졌던 북한 이탈주민 1명이 송환현장에서 즉결 처형되었다. 또한 AI는 '송창근', '김선호' 등의 북한 이탈주민들이 송환되어 처형되거나 송환 도중 자살하였다고 보고하였다. AI는 북한 이탈주민 중 일부가 송환되지 않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뒤 몰도바 소재 외국인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AI는 북한당국에 송환자 처벌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한편, 9월에는 러시아 내의 북한 이탈주민 인권현황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 발표함으로써 북한 이탈주민들의 인권유린 실태를 폭로하였다.

5. 이탈주민의 법적 지위

1) 국내법상의 지위
   헌법 제2조 국민조항과 [국적법] 등에 북한주민에 대한 관할권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으나,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조항과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북한으로부터 귀순한 사람들에 대해 국적을 취득 시키지 않고 호적을 창설하는 조치를 취하여 오고 있음을 볼 때 북한 이탈주민은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하겠다. 남북관계를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는 남북기본 합의서가 1992년 2월 19일 채택·발효되고, 이어 동년 9월 3개의 부속합의서들이 채택되었으나, 정부가 아직 동 합의서를 조약으로 공포하여 법적 구속력 있는 문서로 시행하고 있지 않으며, 판례도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영토조항에 따른 이상과 같은 법리에 조금도 변함이 없는 것이 금일의 법현실이다.

  북한 이탈주민들이 스스로 여러 경로를 거쳐 피신하여 남한만의 단독 수교국(가령 일본이나 독일 등)에 와서 우리에게 망명을 요청해 올 경우, 우리는 국내법상의 귀순절차를 밟으면 이들의 국내 수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를 위해 해외주재 우리 공관은 여행증명서 등을 발급함으로써 국내 수용을 위한 필요한 절차를 취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남북한 동시 수교국인 러시아와 중국에 불법적으로 또는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영토국(현지국)인 러시아나 중국으로서는 만일 한국이 북한 이탈주민들에 대해 자국민(한국인)임을 근거로하여 제외국민 보호권(또는 외교적 보호권)을 주장할 경우, 이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 즉 이른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법적 실체를 국가로 인정하고, 수교를 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러시아와 중국은 각기 북한 이탈주민들이 북한 공민임을 인정해야 하며, 이들의 처리문제를 북한과 협의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시베리아 북한 벌목공 및 재중국 북한 이탈주민들에 대한 처리문제를 제기하는 데에는 국제법적 문제점이 당연히 뒤따르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 헌법상의 영토조항, 즉 국내법상의 논리와 국제법상의 논리가 상충되는 측면이 극명하게 나타남을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상충 때문에 영토조항이 정부에게 명하는 규범적 요구는 현실적으로 국제사회에 있어서는 '헌법상의 내국민에 대한 인권보호 및 재외국민 보호정신'에 따라 북한 이탈주민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라고 하는 내용에 그치게 된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정부는 북한 이탈주민들이 비인도적으로 대우받지 않도록 현지국과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가능한 한 이들이 국제법상의 새로운 지위(예컨대 난민 등)를 부여받아 별도의 취급을 받을 수 있도록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일차적으로' 여기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 남북관계의 현주소라 하겠다.

2) 국제법상 지위
(1) 국제법상 난민 자격과 처우
   난민협약 상 난민의 정의는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에의 소속,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받을 확고한 공포]로 해서 국적국밖에 있으면서도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받을 의사가 없는 자로 되어 있다(협약 제1조 2항). 난민에 관한 1969년의 OAU(아프리카단결기구)협약 (OAU Convention Governing the Specific Aspects of Refugee Problem in Africa, September 10, 1969)의 제1(2) 조에서는 난민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난민의 용어는 외부침략, 점령, 외국의 지배 또는 자기의 출신국 또는 국적국(country of origin or nationality)의 일부분 또는 전부에 있어서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해치는 사태로 인해 자기의 출신국 또는 국적국 밖에 다른 곳에 피난하기 위해 자기의 통상적 거주 장소(place of habitual residence)를 강제로 떠나야 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난민과 같은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로 실향민(displaced persons)이 있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는 1976년 결의 2011호의 채택을 통해 실향민의 보호와 지원을 유엔 난민고등판무관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 UNHCR)의 임무중의 하나로 추가한 바 있다. 그 외에 근래에 와서는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국에서 탈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도차이나의 선상난민(boat people), 아이티와 쿠바에서 탈출해온 이른바 경제적 난민이 여기에 해당된다. 위에서 설명한 정의에 의하면, 경제적 난민은 엄밀한 의미에 있어서 난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을 감안할 때 난민은 그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자기 나라를 탈출해서 나온 모든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난민의 정의와 관련해서는 난민협약 및 난민의정서에 명문상의 규정이 있진 않지만 그 적용과정에서 생겨난 또 하나의 종류가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조국에 등을 돌린 자](Republikflucht)라는 개념이다. 공산국에서는 국외탈출자를 반역죄로 다스리는 것이 통례이다. 과거 소련 및 동구제국에서 그러했고 지금 북한에서 그러하다.

  자유세계라고 해서 국외로 나가는데 허가가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허가없이 국외로 나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출입국관리에 관한 법령위반일 뿐, 반역죄가 되진 않는다. 반면, 공산국가에서는 허가없는 출국, 즉 국외탈출은 반역죄로 다스리는데 이것은 체제유지를 위한 한 방편이라고 할 것이다.

  공산국가에서는 체제유지를 위해 국민의 해외여행을 엄격히 통제하고 이에 위반하여 국외탈출을 감행하는 자에 대해서는 [조국에 등을 돌린 자]라는 이유로 반역죄로 다스린다. 공산국가의 국민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이러한 사정을 익히 알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국외탈출은 생명을 건 것이며, 생명을 건 탈출은 설사 탈출자에게 반정부적·반체제적 행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탈출 자체로서 정부 또는 체제에 대한 항거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난민협약 및 난민의정서의 적용과정에서 생겨난 해석이다. 이를 imputed political opinion(결과적인 또는 귀속된 정치적 의견)이라고 한다.

  난민의 자격은 난민협약에 규정된 요건에 맞아야 인정되는 것이지만 사고무친의 불쌍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인도적 견지에서 적어도 박해를 받는다는 증거만 있으면 그 자격이 인정되는 신축성 있는 운영을 하는 것이 난민협약의 현실적 적용방식이다.

  난민자격의 인정에 필요한 정치적 의견이란 이처럼 광의적인 것이다. 이 경우의 정치적 의견은 반정부적·반체제적 내용의 [본인의 목소리](the vocal public expression of the applicant)여야 할 필요는 없으며 일정한 의견을 지닌 개인의 특권을 정부 또는 그 수하들이 제한하는 것도 이 경우에 해당하게 된다. 정부 또는 그 수하가 박해를 가할 때에는 그것이 [정치적 맥락](a political context)에서 자행되었으면 곧 정치성을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고 할 것이다.

① 난민의 국제적 보호
   난민의 국제적 보호는 제도적으로 볼 때 의사에 반해 강제송환금지(non - refoulement), 비호(asylum) 그리고 불법입국 또는 불법체류에 대한 처벌 중지등 세가 지 방법으로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 보호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난민의 강제송환금지(non-refoulement) 원칙이다. 이 원칙은 학대를 받을 이유가 있거나 또는 그러한 우려가 있는 자기국가 또는 상주(habitual residence)하는 국가로 추방이나 강제송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난민협약상 난민에는 [피난지에 불법적으로 체류하는 난민](refugee unlawfully in the country of refugee)과 [피난지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난민]의 두가지가 있다. 전자는 피난지에 밀입국한 경우이고 후자는 여권 및 사증을 획득한 후, 다시 말해 피난지에 합법적으로 입국한 후 난민신청을 하는 경우이다. 후자의 경우 입국절차에 하자가 없으나 전자는 입국 자체가 불법이다. 그러나 난민협약은 [피난지에 불법적으로 체류하는 난민]일지라도 박해국에서 [직접 나왔을](coming directly)것, 피난지에 들어와서 [지체없이](without delay) 당국에 출두하여 불법입국 또는 불법체류에 대한 [타당한 사유](good cause)를 제시할 것을 조건으로 그에게 형벌을 과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협약 제31조 1).

  다음 [피난지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난민]에 대해서는 피난지의 안전 또는 공공질서를 이유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추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2조 1). 협약은 이어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그와 같은 난민의 추방은 적법절차에 따라 내려진 결정에 의해서만 행할 수 있다. 국가의 안전에 관한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난민에 대해서는 추방될 사유가 없음을 소명하는 증거를 제출하고, 그리고 권한있는 기관 또는 동 기관에 의해 특히 지명된 자에 대해 불복신청을 하고 또한 이러한 목적을 위해 대리인을 사용함이 허용되어야 한다](제32조 2). [체약국은 그와 같은 난민에 대해 타국에의 입국허가를 구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을 허용해야 한다. 체약국은 이 기간 중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국내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제32조 3). 난민의 처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난민을 [여하한 방법으로도](in any manner whatsoever) 박해국으로 되돌려 보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은 난민협약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것은 국제법의 일반원칙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으며, 국제법 발전의 현 단계에서 강제규범(jus cogens)으로 되었다고 보는 이도 있다. 난민협약상 강제송환금지를 규정한 협약 제33조는 유보금지의 대상으로 되어 있거니와(협약 제42조 1 참조) 이것은 현행 국제법상 이 원칙이 지니는 무게를 말해 주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② 난민의 기본 권리
   난민의 법적지위는 1951년의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과 1967년의 의정서(Protoco l)에서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 두 국제협약에서는 난민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강제송환금지, 불법적 추방과 억류로부터의 보호, 고용, 공공교육과 지원, 예술적 권리, 공업재산, 법원이용, 이전의 자유에 대한 권리 등과 같은 사항을 다룬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권리와 아울러 난민들은 거주국가의 국민과 같은 처우를 받을 권리가 인정되고 있다.

  모든 사람은 국내법과 국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러 가지 기본 권리를 보장받는다. 국내법상 향유하는 권리에는 생명, 자유, 평등, 재산, 적법절차(due process)등 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국제법, 특히 유엔인권선언에서는 모든 사람은 생명, 자유와 안전(제3조), 고용(제23조), 교육(제26조), 가정(제17조), 재산(제 17조), 사회보장(제22조), 비차별(제2조), 존엄(제1조), 법앞에 평등(제7조) 의견과 표현의 자유 (제19 조), 평온한 집회와 결사의 자유(제20조), 정부와 공공사업에의 참여권(제21조)등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모든 사람은 국적권을 가지며 (제15(1)조), 누구도 국적을 박탈 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적을 바꿀 권리는 부인되지 않는다 (제15(2)조).

  난민이 누려야 할 모든 인권은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1993년 세계인권대회(World Conference on Human Rights)에서 채택한 "비엔나 선언과 행동계획"(Vienna Declaration and Programme of Action)은 99개 조항을 담고 있는데, 제5항에서는 "모든 인권은 보편적(universal)인 것으로 상호의존되고 상호연관되어 있다. ...모든 국가는 이들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제도에 관계없이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증진하고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자국민을 난민으로 만든다는 것은 유엔인권선언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유 이전(movement-related provisions)과 관련된 규정들을 직접, 간접으로 위반하는 것이 되는 사실이다. 즉 유엔인권선언 제9조 에서는 "어느 누구도 자의적인 체포, 감금 또는 추방을 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3조 1항에는 "모든 사람은 자기 국가내에서 이동과 거주(residence) 자유의 권리를 갖는다" 고 밝히고 있다. 제13조 2항은 "모든 사람은 (자기 국가를 포함한) 어느 나라도 떠나고 또 돌아올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국가의 정부가 1951년의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과 1967년의 난민지위에 관한 의정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난민을 만든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위의 모든 기본적 권리의 침해를 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Luke T. Lee는 국가가 난민을 만드는 것을 노예, 대량학살(genocide), 인종분리(apartheid)와 같은 부류에 속하는 "국제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 재중국 탈북동포의 법적 지위
   북한에서 중국으로 직접 탈출하여 지금 각지를 전전하는 이들의 법적 지위는 어떠한가? 그들의 탈출동기가 정치적인데 있었다면 그들이 어엿한 난민이란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동기가 직접 정치적인데 있지 않고 기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조국에 등을 돌린 자]이기 때문에 난민으로 분류된다고 할 것이다.

  재중국 동포들의 탈북행위는 그 자체 북한체제에 대한 도전행위로써, 정치적 성격을 갖는 범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탈북동포들이 이러한 탈출 및 밀입국 과정에서 중국의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였지만, 이러한 보통범죄적 요소보다 정치성이 보다 우월하다고 판단되므로 결국 재중국 북한주민의 이탈행위는 상대적 정치범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재중국 이탈주민들이 경제적 궁핍이나 곤경을 피하기 위한 경제적 동기에서 탈출했더라도 그러한 행위의 정치적 성격으로 인하여 마찬가지의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당연히 난민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지금 중국은 이른바 조교회 및 북한 공안원들과 공동으로 북한난민을 색출하고 색출하는 즉시 북한에 인도함으로써 그들을 [생명 또는 신체가 위협당하게 될 영역]에 강제송환하고 있다. 이것은 난민협약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며 기본적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의 경우에는 1986년 8월 북한과 체결한 [변경지역에서의 국가 안전 및 사회질서 유지 협력에 관한 의정서]와 [령사협정]이라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국제법상 인정된 난민제도에 우선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국제법상 인정된 난민제도란 기본적 인권의 보호를 위한 것이면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 그것은 UN헌장상의 의무이기도 하다. UN헌장상의 의무와 그밖의 의무가 경합하는 경우에는 헌장상의 의무가 우선하도록 되어 있다(헌장 제103조). 따라서 UN회원국인 중국은 UN헌장상의 의무가 구현된 난민협약상의 의무를 우선시켜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우리는 난민협약상의 의무 가운데서도 강제송환금지의 의무 같은 것은 지금 강행규범으로 간주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3) 시베리아 북한 벌목공의 법적 지위
   북한 벌목공들은 전술한 바와 같이 1967년 3월 체결된 일명 임업협정에 의거하여 러시아에 합법적으로 입국하여 시베리아의 벌목장에 배치되어 근무하고 있던 자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북한의 여권 및 러시아로부터 비자(입국사증)을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입국하여 체류하던 자들이다. 벌목장 탈출자는 러시아와 북한 간 임업협정의 목적에 반하여 러시아에 체류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것이 곧바로 불법체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입국은 합법적인 것이기 때문에 북한여권의 유효기간이나 러시아의 비자발급 유효기간이 만료되지 않는 한 그들의 체류는 합법적이다. 다만 임업협정 목적 위반의 체류가 불법체류가 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비자 발급시 북한 벌목공들의 체류목적을 임업장에서의 근무로 한정하였을 것을 요건으로 하나, 러시아가 그와 같은 특정요건을 입국허용시 부과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편 북한은 북한 벌목공들이 벌목장을 탈출한 것은 그들이 러시아에 체류하게 된 원인에 비추어 볼 때 임업협정의 목적을 위반한 것이고, 북한측의 인적 관할권의 범위를 불법적으로 이탈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체포와 신병인계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인정되는 거주이전의 자유는 러시아의 국내법으로 인정되고 있고, 이것은 국제협정으로도 제한될 수 없기 때문에 벌목장의 이탈 자체를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북한측의 국내법상으로는 그것이 범죄를 구성할는지 모르나, 러시아의 국내법상으로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러시아측으로서는 이들이 벌목장 내에서 명백히 파렴치한 범죄 내지 중대한 형사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그들을 체포하여 북한에 인도할 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다.

  북한 벌목공들의 여권 유효기한이나 러시아 비자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그들의 러시아체류가 불법적이 될 것이다. 이 경우에도 이들이 러시아의 경우 여권 유효기간내에는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불법체류로 판정되기 직전에 영주권이나 여행증명서 또는 임시 체류허가증 등을 취득한 경우에는 벌목공들이 당연히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게 된다. 영주권과 기타의 경우와의 차이는 주로 체류 내지 거주지 간의 장단과 신분의 안정성 보장여부에 있다.

  우선 시베리아 벌목공들은 [피난지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난민]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들의 러시아 입국은 유효한 여권 및 사증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위에서 본 난민의 요건에 해당하기만 하면 난민협약상 난민으로 인정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보도에 따르면 벌목공 중 벌목장을 탈출한데는 다음과 같은 4부류가 있다. 순수한 의미의 탈출자, 북한당국의 허가를 얻어 외화벌이에 나섰다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도피한 자, 벌목장에서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피신한 자, 탈출벌목공을 체포하기 위해 위장탈출한 자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서 협약상 난민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첫째 부류이다. 첫째 부류에 속하는 이들은 난민협약상 난민이 되기 위한 5가지 요건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진 않지만 이른바 [조국에 등을 돌린 자]이기 때문에 난민으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피난지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난민]에 대해서는 피난지국의 안전 또는 공공질서를 이유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추방할 수 없다. 첫째 부류에 속하는 이들이 러시아의 안전 및 공공질서에 유해한 이들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설사 그들이 추방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가 현존하는 국가의 안전에 대한 위험으로 간주될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또는 특별히 중대한 범죄에 대한 확정판결을 받아 그 나라 사회전반에 대한 위험을 구성하는 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북한으로 강제송환될 수 없다.

  벌목공들이 합법적 여권 및 사증을 소지하고 러시아에 입국한 사정으로 미루어 그들이 북한에서 어떤 범죄행위를 했다고는 볼 수 없으며 만일 그들이 범죄행위를 했다면 그것은 [범죄자 인도의 요구를 받은 체약당사국], 즉 러시아의 영역에서 수행되었음이 틀림없는 것이다.

6. 맺음말

  북한 이탈주민들에게 난민지위를 인정할 것인가를 논하는데 있어 러시아에 있는 북한 벌목공들의 탈출과 북한으로부터 중국으로 탈출하는 두 경우사이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즉 이들 모두에게 난민의 지위를 인정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1967년 의정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의에 의하면,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공포 때문에 자국 밖에서 그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 때문에 자기 국가의 보호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다. 북한 이탈주민의 경우 난민의 요건은 "정치적 의견"과 "박해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서 이 두 용어는 넓게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체제에 대한 불만, 자유의 동경과 빈곤을 벗어나려는 북한 이탈주민들은 분명히 난민이라 할 수 있고 동시에 망명자에 해당된다. 망명자는 주로 정치적 이유로 탈출하여 비호(asylum)를 요청하는 경우이다.

  국제법상 난민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일신상의 이유로 국적국(어느 국가의 국민인 경우) 또는 상주국(경우)에서 외국으로 탈출하여 비호 (또는 망명이라고도 함, 영어로는 asylum이라 함)를 요청하는 자를 말한다. 난민은 탈출 또는 망명 요청의 동기를 고려하여 대체로 정치적 난민, 전쟁난민, 경제적 난민, 인도적 난민의 네 가지 유형으로 대별된다.

  첫째, 정치적 난민이란 ① 인종, ② 종교, ③ 국적, ④ 특정 사회집단에의 소속(구성원 신분), ⑤ 정치적 의견(신조)을 이유로 본국에서 박해받은 우려가 있는 경우 타국으로 탈출하여 타국의 보호를 요청하는 자를 말한다. 정치적 난민은 정치적 망명자 또는 단순히 망명자라고도 하는데, 오늘날 여기에 해당하는 난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둘째, 전쟁난민이라 함은 전쟁, 내란 또는 정치폭동이 발생한 경우 이를 피하여 타국 또는 타지역으로 피난한 난민을 말한다. 전쟁난민은 피난민 또는 실향민이라고도 하며,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소위 걸프전) 후 발생한 쿠르드 난민, 한국전쟁 당시 월남피난민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편 실향민이라 할 경우 이것은 다시 국내실향민과 국외실향민으로 구분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분류에 의하면 한국전쟁시 월남 피난민은 국내 실향민이 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셋째, 경제적 난민이라 함은 경제적 궁핍 또는 곤경을 피하기 위해 생존권 확보차원에서 타국으로 탈출한 난민을 말한다. 월남전 후 발생한 선상난민(boat people)은 전쟁난민이 아니라 주로 경제적 난민에 해당하는 것으로 취급되었다.

  넷째, 인도적 난민이라 함은 자연재해 또는 대규모 인권침해 사태가 발생한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하여 타국으로 도피 또는 탈출한 난민을 말한다. 학자에 따라서는 둘째, 셋째, 넷째 범주의 난민을 모두 포함하여 인도적 난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정치적 난민을 넓게 이해하고 기타의 난민을 경제적 난민으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난민에 관한 실정국제법규는 주로 정치적 난민을 중심으로 형성, 발전되어 온 것으로써 전쟁난민, 경제적 난민, 인도적 난민의 경우 명백한 실정법규는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각국이 인도주의 정신 및 국제관례에 입각하여 선별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이라 함) 및 1967년의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는 ① 인종, ② 종교, ③ 국적, ④ 특정 사회집단에의 소속, ⑤ 정치적 의견 (신조)을 이유로 한 난민만을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전쟁난민, 경제적 난민, 인도적 난민의 경우 명백한 실정법규는 존재하지 않으며, 각국이 인도주의 정신과 국제관례 등에 입각하여 선별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난민처리를 담당하는 국제기구인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 UNHCR)의 실제관행을 보면 1950년대 말 이후부터 정치적 난민 이외에도 인도적 난민도 난민협약상의 난민에 포함되는 것으로 광범하게 해석하는 한편, 지원 및 원조(assiatance)를 제공하여 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도 난민협약의 적용사례(실천)를 보면 특히 특정 사회집단에의 소속이나 정치적 의견 등의 개념이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이탈주민에게 난민지위를 인정하는데 있어 정치적 동기가 거론되고 있다. 탈출동기가 정치적이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난민을 정치적 난민과 비정치적 또는 인도적 난민으로 구분하면서 전자에는 난민협약 상의 보호를 인정하나 후자의 경우에는 아직 분명치 않다는 입장을 취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적 동기와 비정치적 동기의 구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정치적인 동기에서 탈출한 경우도 난민의 지위를 부여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사실이다. 또 정치적 동기를 난민지위를 부여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인이라 주장한다 해도 북한 이탈주민들에게 난민지위를 인정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시베리아 북한 벌목공들의 경우를 보면, 범법자나 위장탈출자을 제외하면 그들의 탈출행위도 상대적 정치범죄로 간주될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시베리아 벌목장이 러시아 영토 내에 위치하기는 하지만 역시 그곳도 북한의 지역과 마찬가지로 북한 기관원의 철저한 감시 하에 있고, 여행과 이동의 자유가 매우 제한되어 있었으며,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시베리아 벌목장을 탈출한 행위는 북한법상 반역죄 내지 북한형법상의 중대한 범죄로 취급되고, 인도될 경우 극형에 처해질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해서 상대적 정치범죄성의 인정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그들의 탈출과정에서 파렴치 범죄가 아니라 경미한 폭행이나 상해 등의 범죄를 범하였더라도 상대적 정치범죄성 인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음으로 재중국 동포들의 탈북행위도 역시 상대적 정치범죄로 인정될 수 있다. 공산주의 국가들은 밀입국 행위를 반체제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이들을 송환하는 일이 많았고,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관계국 간에 쌍무협정을 체결하였던 것이다.

  다만 상대적 정치범죄로서 불인도대상임을 판단하는 것은 정책적 문제로서 영토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고유권한(국가주권)인 바, 우리 나라가 이를 강요하는 것은 국정간섭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북한이 불법한 방법에 의한 출입국을 반체제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이탈주민들에 대해 정치범죄성을 인정해 주도록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이해와 협조를 구하여 이탈주민들이 인도적인 처우를 받도록 하는 것은 우리 외교에 부과된 몫이라 하겠다.

  한편 여기서 유의할 것은 범죄인인도법이 보호하는 범위는 범죄인의 본국인도 금지에 그치며, 영토국 또는 제3국에서의 정착지원 등 인도적인 후속조치를 취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영토국인 러시아가 망명을 요청하는 벌목공들에 대해, 또한 중국이 밀입국자인 이탈주민을 각기 상대적으로 정치범으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이들의 신병을 러시아와 북한 간의 사법공조협정 또는 중국과 북한 간의 밀입국자송환협정에 의거하여 북한에 인도 내지 송환되게 될 것이다.

  시베리아내 북한 벌목공들은 대부분 벌목장의 열악한 인권상황에서 도피한 자들로서 주로 인도적 난민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중국 이탈주민은 생존권 확보를 위한 경제적 동기에 의한 탈출의 결과로 경제적 난민에 해당하는 자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시베리아의 북한 벌목공이나 재중국 탈출동포들은 모두 법적으로 우리 국민이므로 헌법의 재외국민 보호 및 인권보호 정신에 입각하여 우리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인도적 처우를 위해 마땅히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먼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북한 이탈주민들의 탈출동기를 감안하여 인도주의적인 고려에서 이들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한편, 북한당국으로의 강제송환 내지 추방을 금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북한 이탈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과의 개별협정을 이유로하여 이들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것은 난민협약 및 유엔헌장상의 의무위반임을 분명히 주장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과 러시아간에는 [사법공조협정]이, 그리고 북한과 중국간에는 [밀입국자송환협정]이 체결되어 있는 바, 러시아와 중국이 동 조약들을 근거로 탈북동포들을 북한으로 송환 내지 추방하는 것은 국제강행규범으로 확립되어 가고 있는 인권존중의무(이는 유엔회원국의 헌장상의 기본적 의무이기도 함)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난민보호에 관한 국제법규는 기본적 인권보호에 관한 법으로서 유엔헌장상의 의무이다. 이와 관련하여 유엔헌장상 의무와 국가의 개별적 의무가 충돌할 경우 헌장상의 의무가 우선하도록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