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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추된 '8·8 개각'] 한나라 親李 핵심들 '반란'… 'MB의 길'을 틀었다(조선닷컴)
홍영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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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종합

[실추된 '8·8 개각'] 한나라 親李 핵심들


'반란'… 'MB의 길'을 틀었다

 

  • 입력 : 2010.08.30 02:58 / 수정 : 2010.08.30 07:58

"이대로 민심에 맞서다가는 다 휩쓸려 갈 것… 문제 된 후보들 잘라야"
저마다 "다음 총선을 걱정"
집권 후반기 與圈 중심축 黨으로 넘어가는 계기 될 듯

여권(與圈)에서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놓고 "차기(次期) 구도를 비롯한 대통령의 구상이 여당 주류에 의해 제동이 걸린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발목 잡힌 대통령 구상

집권 후반기를 새롭게 출발하려던 이명박 대통령의 구상은 이번 일로 시작부터 흐트러지게 됐다.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 당·청와대·내각을 전면 개편했다. 이와 함께 '친서민' '공정한 사회'와 같은 국정 방향을 새롭게 제시했다. 그 상징과 같은 인물이 '40대 서민형 총리 김태호'였다. 그러나 친이 주류 의원들은 "현장에서 만난 국민은 총리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말로만 서민이고, 말로만 공정한 사회냐'고 하더라"며 "대통령 말이 이제는 국민에게 쉽게 먹히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굳은 표정으로 사퇴 기자회견을 위해 서울 광화문의 한 오피스텔에 들어서고 있다. 김 후보자는“이명박 정부에 더 이상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김 후보자의 낙마는 또한 대통령의 차기 구상을 헝클어뜨렸다. 청와대는 극구 부인해 왔지만 김 후보자는 여권 핵심부가 오래전부터 차기 가능성을 검토해 왔던 와일드카드였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 체제를 견제 또는 보완할 대안(代案)을 가급적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고려 속에, 김 후보자를 그 재목 중 하나로 점찍어 뒀었다. 당초 장관 정도로 입각하지 않겠느냐고 점쳐졌던 김 후보자가 총리 후보로 내정된 배경엔 '속성으로 키우겠다'는 욕심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이 같은 욕심은 파국(破局)으로 끝나고 말았다. 여권의 차기 구도는 박 전 대표 외에 김문수 경기지사 정도가 뚜렷이 부각된 단순한 형태로 되돌아갔다.

앞장선 여당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29일 김 후보자가 사퇴 선언을 한 뒤 "정말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레임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번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여당 의원 누구나 '대통령 뜻'보다 자기 앞날을 더 신경 쓴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 과정에서 대통령에 맞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켰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25일쯤 "아무리 대통령 뜻이라도 못 따르겠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임기 절반이 지나던 날이었다. 26일부터는 청와대에 전화를 직접 걸어 "문제가 된 장관 후보자들은 물론 김 총리 후보자도 잘라야 한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 면담 신청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27일 의원총회에서는 '걸레'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공개적으로 이번 인사를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여당 내 비주류가 아니라, 당 지도부와 주류들이 오히려 앞장선 것이다. 지도부는 통상 예민한 사안이 걸린 의원총회를 앞두고는 미리 '관제(管製) 발언'을 준비시켜서 반발론을 '물 타기'한다. 그러나 이번에 지도부는 그런 준비는커녕 최고위원들 스스로가 교체론에 앞장섰다. 의원총회에서 발언에 나선 의원들도 대부분이 친이 주류 출신이었다. 대통령 직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그들대로 "이대로 민심에 맞서다가는 대통령까지 함께 휩쓸려 내려간다"며 "청와대 참모진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지방 출신 의원들보다 수도권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더 강했다.

여당 의원들은 "일차적으로는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문제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지만, 대통령 임기가 절반을 지나고 의원들은 다음 총선(2012년 4월)을 걱정해야 할 때가 됐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설사 개각에 문제가 좀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 임기 초반이었다면 이런 반발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대통령과 가장 가깝다는 중진의원들도 "지역구 사람들을 만나보면 이대로는 다음 선거를 해 볼 수도 없겠더라"며 "경질을 건의하겠다"고 했었다.

청와대는 당초 30일 예정된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를 설득의 기회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의원들을 사전에 접촉한 결과 연찬회장이 오히려 '반란의 장'이 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자칫하다간 총리 인준 권한을 가진 여당 의원들의 공개적 반발에 청와대가 무릎 꿇는 상황이 연출될 판이었다. 대통령 직계인 한 의원은 "좋든 싫든 앞으로 이런 일은 계속될 게 뻔하다. 정기국회가 끝나고 내년 초 차기 주자들 활동이 본격화되면 본격적으로 당(黨) 쪽에 주도권이 쏠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 2010-08-30, 11:50 ] 조회수 : 2000
출처 :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