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환경주의자』
이상돈
브레인북스 (446쪽)
임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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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국가단체"와 "주적"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을 살펴본다
헌변
 1. 머 리 말

  민주당소속 송석찬의원을 필두로 여야의원 21명이 2000.11.27자로 국가보안법(이하 보안법이라 한다)폐지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하였다. 이것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다주는 일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법안의 발의로 인하여 국론이 크게 분열돌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본다.

  이 법안의 발의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제안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보안법은 남북정상이 합의한 평화통일, 이산가족과 장기수문제, 경제협력수행에 대해서 장애요소가 되므로 이를 폐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보안법폐지의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평화통일"은 "남과 북"의 평화통일이다. 그런데 보안법폐지법률안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남과 남"사이에 국론분열의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남과 남"의 "분열"을 강요하는 "남과 북"의 "통일"은 어떤 통일인가? 남과 남의 "투쟁"을 조장하는 남과 북의 "평화"는 있을 수도 없거니와 있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국론의 분열을 피하기 위하여 "뜨거운 가슴"이 아닌 "차거운 머리"로 보안법폐지법률안의 실체를 살펴보고자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감정적인 흑백논리를 포기하고 이성적인 설득논리를 구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견지에서 보안법폐지법률안이 가지고 있는 법이론적 문제점을 항목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2. 보안법폐지법률안의 "시대적 요청"관

  이 법안의 제안자들은 우리가 처해 있는 역사적 현실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즉 "정부의 햇볕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성과로 남북정상이 화해와 협력의 포옹을 하고 6.15 공동선언이라는 역사적 쾌거를 통해서 55년 냉전을 마감하고 상생의 새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여 분단과 대결에서 화해와 협력의 동반자적 남북관계를 구축하여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직면해 있다"라는 것이다. 이 법률안을 보면서 우리는 우선 하나의 가벼운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북한이 소위 6.15 정상회담을 남한의 "햇볕정책”의 성과라고 보는 것을 지극히 싫어하고 있다는데서 오는 것이다. 북한은 햇볕정책이라는 말 자체에 대해서 강한 저항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 말이 북한을 수혜의 대상으로 폄하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은 햇볕만 쬐이게 되면 아무데서나 옷을 벗는 바보로 취급한다는 것을 위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남.북정상회담이 순전히 "김정일위원장"의 결단과 추진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우리정부와 언론 그리고 사회는 북한의 비위를 거스리는 언동을 지극히 삼가고 있다. 그런데 이 법안을 제안한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무시하고, 공공연하게 남북정상회담이, "김정일위원장의 결단"에 의한 것이 아니고 "정부의 햇볕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의 성과라고 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법률안을 보면서, 이러한 가벼운 당혹감보다,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지게 된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아니하고 "냉전과 갈등의 종결", "전쟁위험으로부터의 영원한 해방", "화해.협력과 평화통일의 도래"등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것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긴장해소"론의 허구성을 아프게 지적하고 있다. 그들중에는 우리에게 무서운 경고를 내리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아니하다. 누군가가, 한반도의 운명에 대해서 불안해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그 불안이 근거없는 것이라는 이유를 설시해 주어야 할 것이다. 복잡하다면 다른 설명은 생략해도 좋다. 그러나 생략해서는 안되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이제 한반도에 영원히 전쟁은 없다"라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면, 우리가 국군을 왜 보존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이다. 북한은, 자신의 국력에 비해서, 얼토당토 아니한 병력. 화력. 전투력을, 그것도 70%이상 휴전선쪽으로, 전진배치해 놓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하는 이유도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인민군은 국군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막강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국방부의 2000.12.4자 "2000년 국방백서"에 의하면 북한은 남북교류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육군 4개 사단을 증강하는 한 편 야포 500문, 전투기 20대를 각각 늘렸다. 침투용 소형잠수함을 추가건조해 배치하고 침투훈련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대남침투 역량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의 목표가 무엇인가 하는 점에 대한 분석도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우리국군의 군사훈련에 대해서 "전쟁놀이" 운운하면서 맹비난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10년래 최대규모의 "전쟁놀이"판을 벌리고 있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인가?

  국민들이 이유없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홍보를 통하든지 대비를 통하든지 위험과 불안의 소지는 발본색원하여야 하는 것이다. "만사는 불여튼튼"(萬事不如튼튼)이자 유비무환(有備無患)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현실을 너무 안일한 핑크색꿈으로 보는데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3. 반국가단체의 실체

  이 법안은 현행 보안법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명시하고 북한주민을 그 구성원으로 규정”함으로써 민족의 분열과 대결을 제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단정은 "악의"아니면 "무책임"의 소산이다. 현행 보안법 어디에서도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명시"하고 있는 규정은 발견되지 아니한다. 보안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북한을 반국단체로 보고 있는데 불과하다. 보안법 제 2조(반국가단체의 정의)에서 규정되고 있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을 변란할 것을 목적을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단체"가 반국가단체로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국가단체"는 북한에 한정된 개념이 아니다. 북한 말고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허다한 반국가단체가 있어 왔고 또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사법부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단정하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잠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집단을 말하는 것인바 북한은 ...중략... 대한민국을 전복하기 위하여 6.25 동란을 일으키는 등 무력도발행위를 계속하고 선전선동으로 대한민국 내부로부터의 붕괴를 지속적으로 획책하고 있으므로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비록 정부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하여 북한과 대화를 도모한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결론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북한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가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90도 2607호, 94도 930호, 93도 1730호, 99도 2317호, 서울고법 93노 3764호)

  대한민국의 존립을 지지하는 국민이라면 사법부의 이 판단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북한은 우리를 "원쑤", "적" 또는 "미제국주의의 괴뢰"로 보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범죄행위를 하고 있을 때, 북한을 "반국가단체"라고 불러서 안될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가 맞형이기 때문이가? 맞형은, 아우가 형을 죽이기 위하여 칼을 가슴에 품고 있는 줄 알면서도, 그 아우를 포옹하기만 해야 하는가?

  여기서 "반국가단체"라는 용어자체에 대해서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개념이 하나 있다. 그것은 국방부가 2000.12.4자 "2000년 국방백서"에 북한을 지칭하고 있는 "주적"(main enemy 또는 main threat)이라는 개념이다. "반국단체"라는 말은 "국가(대한민국)을 반대하는 단체"라는 소극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敵"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의 실체를 전복하려는 원수를 의미하는 적극적 개념이다. "敵" 특히 "主敵"은 "반국가단체"라는 말과 비교될 수 없는, 철천지원수를 뜻하는 말이다.

  북한이 반국가단체라고해서 북한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아니하고 항상 반국가단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보안법은 형벌법규이다. 형벌법규는 실체나 지위를 규율하는 법률이 아니고 범죄행위를 규율하는 법률이다.

  KAL기공중폭파, 아옹산테러, 무장잠수정남파등이 바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뒤집어엎으려는 범죄행위이다. 보안법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뒤집어엎으려는 범죄행위를 규율하는 법이다. 북한이 이러한 행위를 주도하는 경우 그것은 "반국가단체"이외의 어떤 명칭으로 불러야 할 것인가?

  그러나 북한이 우리와 회담을 하는 동안 그들은 우리와의 “대화자”이다. 그들이 우리와 교류.협력을 하는 경우 그들은 우리의 “협력자”이다. 그리고 실제에 있어서 우리는 보안법이 엄존하고 있는 상태하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을 위시해서 많은 대담을 했다. 이산가족의 상봉과 많은 문물의 교류도 이룩했다. 보안법이 이러한 남북간의 대담과 교류를 차단한다는 주장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백일하에 들어난 것이다.

4. 당의 방침과 당원의 소신

  국회내에서의 정치활동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정당이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이 소속정당의 당론을 지킨다는 것은 기초적인 요건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신념과 소명의 주인공이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를 구성하는 정당의 당론과 국회의원의 소신간에는 충돌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아니하다.

  이 충돌과 갈등을 해결하는 국회의 제도가 있다. 교차투표(cross voting 또는 자유투표) 라는 것이다. 이것은 소속정당을 달리하는 상대정당소속의원의 발의에 공동보조를 맞추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cross voting제도에는 엄격한 제한이 있다. 그것은 cross voting 이 소속정당의 허가가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이 번의 보안법폐지법률안제의를 이 cross voting의 원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보안법개폐의 문제는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에게 있어서 사활을 건 최대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것은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국회의원 개인의 소신에 따른 cross voting에 맡길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한 국회의원은 소속정당의 당론에 복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이 법안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보안법폐지법률안을 제의한 국회의원들은 21명이다. 21명중 17명은 민주당소속이고 4명은 한나라당 소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률안제안의원 21명은 하나 빠짐없이, 자신의 양심과 소신의 관철을 명분으로 내세워, 당론을 무시하는 조직파괴적인 행동을 취한 것이다.

  법률안제안의원들은 이러한 파격적인 행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점에 대하여 좀 더 명확한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소속정당과 국회를 떠나는 한이 있더라도 보안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법률안 제안의원들의, 국론분열을 촉발하는 가능성이 큰, 조직파괴적 행위에 대해서 여야 정당이 모두 아무런 반응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궁금중을 더해 주고 있다. 국민들은 답답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민주당은, 그 전신인 평민당 시절에, 보안법폐지를 당론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물론 “민주질서수호법”이라는 대체법률의 제정을, 보안법폐지로 인한 혼란방지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민주질서수호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다”라고 하는 정치적 선언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친 법률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법규범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형벌법규라고 보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이러한 보안법폐지 전략을 표방하고 있던 국민의 당이 집권후에는 보안법전략을 180도 바꿨다. 보안법의 폐지는 물론 그 개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180도 전환의 내용이었다.

  그러던 민주당이 1999년 연초에 갑자기 보안법개정의 방침을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갑작스러운 민주당의 보안법전술변화를 북한측의 보안법 개폐요구와 관련있는 것으로 보는 국민들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일부국민의 의심을 더욱 확대시킨 사건이, 소리없이 조용하게 발생했다. 1999년 4월 법무부는 보안법개정 방향을 공표했다. “현행보안법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놀부의 심술과 같다는 말이다). 그래서 개정될 보안법은 대한민국의 이익을 파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보안법개정의 중요골자였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되어있던 보안법은 구보안법이었다. 1991년에 개정된 보안법은 모름지기,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재들의 집단이라고 알려진 법무부가 왜 이러한, 어처구니 없고 부끄러운, 실수를 하였을까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문제제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답은 아주 쉬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여당과 정부가 다 함께 보안법개폐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것을 위해서, 되는 논리, 안되는 논리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모든 이론을 다 동원한데서 발생한 과오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보안법개폐문제에 관한 민주당의 조령묘개식 전략수정을 비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보안법의 존폐에 관한 문제는 국회의원 몇 사람이 "이 법은 폐지한다"라고 하는 짧은 규정 하나로써 해결될 수 있는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국민들이 자유롭고 공개적인 논의와 검토끝에 자주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민족적 중대사건이다. 그러므로 문제의 법률안 제안의원들은, 민주당의 역사적 과오를 깊이 성찰하여, 이 문제를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안법폐지론자들의 보안법관은 대략 다음과 같다. “보안법은 냉전고수법이다.”, "보안법은 개인의 인권의 탄압을 허용하는 위헌법률이다.” "보안법은 반통일·반민족 악법이다.”

  사법부의 다음과 같은 판단은 보안법이, 독소조항으로 가득차 있는 헌법위반의 악법이라는, 감정적이고 독선적인 주장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주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아직도 북한이 막강한 군사력으로 우리와 대치하면서 우리사회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할 것을 포기하였다는 명백한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어 우리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음이 분명한 상황에서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구 국가보안법이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이라고 할수 없고 그 법률의 규정을 법률의 목적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한 같은 법 소정의 각 범죄구성요건의 개념이 애매모호하고 광범위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본질적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94도 930호)

  이 판결외에도 보안법이 위헌법률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은 수없이 많다. 헌법재판소도 보안법의 합헌성을 여러차례 선언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는 보안법의 해석적용에 관해서 다음과 같은 제약을 가하고 있다.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 1항의 목적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보안법 제 1조 제 2항 1991.5.31 신설).

  국민의 최고기관인 입법부의 이러한 배려와 사법부의 결단을 근본적으로 무시하거나 불신해야 될 정도로 강한 보안법폐질론자들의 신념의 본체는 무엇인가? 그들이 금과옥조로 내세우고 있는 "인권"과 "민족"과 "통일"의 실체는 또 무엇인가?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보안법의 적용과 집행에 있어서 오남용의 과오가 전무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남용의 위험성이 전혀 없는 법률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인간은 과오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법률적용에 관한 오판은 3심의 절차와 재심절차에 의해서 구제받아야 한다. 법률의 폐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안일한 태도는 사법질서의 혼동과 파괴를 불러들일 뿐이다.

  누구가 뭐라고 하더라도 보안법의 핵심적 정체성은 그 법률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법”이라고 하는 점에 있다. 대한민국의 참된 국민은 한 사람도 이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이다. 대한민국의 이 국시는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최고지상의 가치이다. "민족”과 "통일”도 우리에게 있어서 귀한 가치이다. 그러나 "민족”과“통일”이 아무리 귀중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위한다는 구실로“자유민주주의”를 희생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가 없는 통일보다 자유민주주의가 있는 분단을 택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민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시장경제원리를 포기할 수 없다.

  우리는, 자기나라의 안보와 체제를 지키기 위한 법률을 가지고 있지 아니한 국가는 이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라고 하는 사실을 꿈에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안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의 수호로 지켜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반도를 휩쓸고 있는 핑크색의 화해열기와 민족지상주의 열풍속에서 추구되는 통일은 적화통일일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하는 전문가와 일반국민은 예상외로 많다. 적화통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가 포기된 통일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의심의 소리도 적지않다.

  보안법폐지법률안을 제의한 의원들이,보안법을 폐지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다고 확신한다면, 그 이유를 설득력있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 이진우 (변호사)

[이 글은 헌변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 2003-12-23, 12:27 ] 조회수 : 1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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