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환경주의자』
이상돈
브레인북스 (446쪽)
임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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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의 공적자금은 큰 문제입니다
헌변
 
  지난 12월 1일 국회는 40조원 규모의 2차 공적자금 조성 동의안과 공적자금관리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2000년 8월말 현재까지 109.6조원의 공적자금을 금융구조조정에 투입했어도 부족한 모양이다. 이러한 1년치 국가예산(2000년의 경우, 92조원)을 초과하는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 97년 말 7.04%였던 일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99년말 10.83%으로 제고되었으나, 다시 한자리수로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몇몇 은행들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전락하였다. 98년 마이너스 6.7%에서 99년 10.7%로 급상승했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9%, 내년 5% 하락추세가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체감경기는 IMF위기 때보다 더욱 힘들게 느껴지고 있는 현실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부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109.6조원의 공적자금의 조성과 더불어 통화량은 매년 평균 14% 증가하여 4년(1996년 ∼ 2000년)만에 54.8%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잠재적 물가상승요인이 팽배해 있으며,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국가부채의 문제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IMF이후 국가부채는 매년 증가해서 2000년 6월말 현재 IMF기준 국가부채(중앙정부부채+지방정부부채)는 113.8조원(GDP대비 23.5%)이다. 그러나 정부지급보증과 IMF자금을 고려할 경우, 공공부문의 부채는 200조원 가량 추산(GDP대비 41.3%)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명시적 국가부채이외에도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보험이 안고 있는 잠재적 부채202조원(김용하 추산)을 포함한다면 국가부채는 GDP대비 80%를 넘을 수 있다. 또한 정부가 출자하거나 투자한 주요 공기업의 빚만 400조원(2000년 6월말 현재)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 8월말 현재 투입된 109.6조원의 공적자금의 이자부담은 회수시기와 정도,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호공사가 발행한 채권금리 등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투입된 공적자금은 원금 대비 18.9%만 회수됐을 뿐이다. 예금보험공사의 경우는 파산한 금융기관에 예금대지급하고 못 받은 돈만 무려 37조 6천억(88.7%)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실채권 매각이 어려워지고 손실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주식시장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공적자금 회수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부담은 더욱 가중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명분은 국가부도의 위기에서 벗어나 금융시장의 안정과 기업 활동을 회복시키고 자산가치의 하락을 막고자 함이었다. 본질적으로 국민들에게 경제위기로 인한 고통을 줄이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부채 때문에 국민의 세금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투입된 공적자금 109.6조원의 원금상환은 고사하고 이자만 해도 연간 9.9조원(금리 9% 가정)이다. 여기에 113.8조원의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 10.2조원을 합하면 내년에 이자부담만 약 2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내년예산규모 101조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추가로 조성되는 40조원의 공적자금에 대한 이자와 국내외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고려하면 정부의 이자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국가부채는 결국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IMF 국가부채기준으로 추산한 국민 1인당 세금부담액은 약 2백4십5만원 정도이다. 그러나 잠재적 부채를 포함하였을 경우는 약 8백5십6만원으로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위협받는 경제적 자유

  지금 당장 현세대가 이 정도의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해도 미래세대가 분담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직접세보다 간접세의 비중이 높아 국민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만큼의 세금을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세금해방일(최승노 추산)을 계산한다면 국민의 세금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알 수 있다. 여기서 세금해방일이란 한 국가의 국민이 자기자신을 위해 일하기 시작하는 날을 의미한다. 즉 세금해방일 전까지는 정부에 세금을 내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1971년의 세금해방일은 2월 27일이었는데 1997년에는 4월 13일로 계속 늦추어지고 있는 추세다. IMF기준 국가부채만으로도 1997년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증가하였으므로 앞으로는 더 오랜기간을 정부에 세금을 내기 위해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세금이 증가하면 국민들의 근로의욕은 위축될 뿐만 아니라 소비와 저축도 감소하여 총수요가 감소하고, 다시 소득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탈세하려는 유인이 발생하여 조세제도의 기본의도가 훼손될 가능성이 증가한다.

  어느 일간지의 컬럼에서는 공적자금의 투입 효과를 '이삭뽑기'식 성장에 비유하고 있다. 3년전 위기가 닥치자 이삭을 뽑아놓고 그것을 위기탈출이라고 착각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세금증가는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단기적 경기부양 효과를 구축시킬 수 있다. 실제로 외국의 경험(OECD 국가)에 의하면 장기적으로 세금(정부규모)과 경제성장은 반비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시장경제의 발전은 경제주체들이 무엇을 소비하고, 어떤 것을 생산하고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등의 자유로운 선택과 경쟁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런데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정부는 주식과 채권시장 개입함은 물론, 은행의 인사에도 관여하는 등 금융권과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증가시켰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은 거의 국유화되다 시피 했다. 이러한 정부개입은 부실금융기관의 투자자들과 부실기업의 손실을 일반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는 등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경제주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따라서 시장참여자들은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행동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었다.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외환위기 3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정부는 의도한 결과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는가? 그 때나 지금이나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의 위험성은 낮아지지 않았으며 기업의 부실은 여전하다. 오히려 국가부채는 훨씬 더 늘어났으며 시장의 불확실성은 국민들의 공황심리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이 부득이했다면 그 집행기준과 관리는 철저했어야만 했다. 그런데 부실금융기관이나 부실기업이 지원받은 공적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지원주체인 정부관료나 자산관리공사나 예금보험공사 담당자들이 엄격하게 관리·감독했다고 보기 어렵다. 만일 공적자금이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었다면 그렇게 사용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따라서 각 주체로 하여금 공적자금을 효과적으로 사용, 관리하게끔 하는 유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금융기관, 특히 은행에 주인이 있어야 한다. 은행이 부실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거나 추가자금 지원에 대한 것은 정치적으로 결정될 것이 아니라 채권주체인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망해야 할 기업이 그 규모와 상관없이 퇴출되어야 노동력과 자금이 효율적인 기업으로 흘러갈 수 있다. 만약 은행에 주인이 있다면 아무렴 자신의 자금투입을 결정함에 남의 돈을 사용하는 것과 같겠는가. 또한 공적자금의 관리를 담당하는 주체에게는 공적자금 관리와 회수성과에 대한 책임과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방만하게 관리하는 주체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관리와 회수를 잘하는 주체에게는 성과급을 준다면 남의 돈을 관리함에 보다 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끝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와 기능이 회복되는 것이 중요하다. 은행이 기업을 믿을 수 없고,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없는 한 경제의 불확실성은 가중될 것이다. 따라서 시장참여자인 금융기관과 기업이 외부의 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목적에 충실히 경쟁하고 선택할 수 토대가 마련되어야 하겠다. ♠ 김영신 (자유기업원 책임연구원)

[이 글은 헌변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 2003-12-23, 23:37 ] 조회수 : 16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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