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환경주의자』
이상돈
브레인북스 (446쪽)
임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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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언론의 자유
헌변
 【한국논단 이도형편집인의 1997. 12.당시 대통령후보에 대한 비판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의 허위명예훼손이 된다고 기소되어 서울지방법원에서 집행유예되었고 이도형편집인의 항소로 서울고등법원의 심리를 받아 결심되었던바 1999. 9. 28.에 변호인이 변론한 요지임 】

  이 사건은 우리나라 언론계에서 존경받고 있는 중진언론인인 피고인이 우리나라의 최고 공직자인 대통령 후보에 대한 그의 사상과 인격 및 국가관에 관한 날카로운 비판 기사에 대하여, 그 기사가 현재 대통령이 된 김대중씨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데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 민주국가로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언론의 자유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절대에 가까운 권리에 속합니다.

진리는 토론을 통해서 찾아집니다.

  언론 자유의 기본적인 철학은 진리를 통해서 찾아진다고 보기 때문에 어떤 국가적인 목표라든가 국가 정책등 공공적인 진리를 도출해내기 위하여 다양한 의견들을 자유롭게 개진하게 하고, 그런 자유토론속에서 합의에 이를 정도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믿는데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유로운 의사표시가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이나 잡으려는 사람에게 괴로울 정도로피해가 갈 수 있는 표현들도 나오게 마련이고, 그 자유로운 의사표현에 대해 법률상 문제를 삼는 것에 대해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공공적인 정책에 관한 언론의 자유는 거의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또 공직자에 대한 비판도 자유로와야 하는 것입니다.대통령 후보자나 대통령은 언론의 혹독한 비판을 받을 각오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대통령이라는 공직은 대통령 중심제 헌법을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의 공직자로 옛날 왕과 같은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모든 공직자가 다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받는데 인색해서는 안되지만, 특히 대통령은 언론의 혹독한 비판을 받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고, 이것이 바로 민주정치의 관용성이고 이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근본적인 보루인 것입니다.

  설사, 그 언론인이 한 의사표시가 대통령의 비위를 건드린다 하더라도 다른 언론인이 대통령을 좋게 써 줌으로서 그것이 바로 토론의 시작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대통령 후보에 대한 평가가 나중에 이루어져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낙선되는 그런 정치구조가 바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만약에 대통령 후보를 비판한 내용을 가지고 그 비판한 언론인을 형사상문제를 삼는다고 하면, 사회의 소금이나 빛이 되어야 할 언론인이 형사상 소추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용기있게 자기 의견을 말할 수가 없게 되고, 그러면 언론 자유는 이땅에서 보장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를 헌법이 보장하기 위하여 언론의 자유를 거의 절대권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언론의 자유에 관한 역사적인 판례들도 공직자에 대한 언론인의 비판은 미국의 대법원 판결례를 보더라도 오로지 악의를 갖고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이외에는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비판을 허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특히 미국 대법원의 더글라스판사와 블랙판사는 공직자나 공적인 문제에 관한 언론은 절대적으로 허용되어야 되고 그것을 제한하는 어떤 실정법이라도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는 정도입니다. 그들의 논거는 악의에 찬 허위의 언론도 그것이 공직자에 관한 것이라고 하면 그런 실정법이 없더라도 언론의 자유가 더 큰 가치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실정법은 없어도 좋다는 것입니다.

언론자유의 요체는 권력을 찬양하는데 있는게 아니라 권력을 비판하는 소수자에게 보장하는 권리라는 점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인이 자기 나름대로 언론인이 가져야할 용기와 인격을 갖고 정말로 나라를 위해서 이런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런 글을 썼으며, 쓴 글의 내용이 허위도 아닐 뿐 아니라 피고인이 확신하고 있는 내용들이고, 이런 글을 쓰는 피고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용기있는 언론인 또는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한 언론인으로서 표창되어야 할 행위이지 형사소추의 대상이 된다고 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언론자유의 요체는 권력을 찬양하는데 있는게 아니라 권력을 비판하는 소수자에게 보장하는 권리인 것입니다.  이런 피고인의 행위가 유죄판결을 받는다고 한다면 우리의 헌법정신이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는 금방 파괴되고 말 것이고, 모든 언론들은 정부나 권력에 영합되고 말 것입니다. 현재 정부와 언론간에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부당한 행위라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 현실도 이런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 한 사람의 명예훼손이라는 단순한 사건으로 기소되어 재판받고 있지만, 사실은 헌법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가 재판받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사건이 기소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검찰에서 이 사건을 수사한 지검검사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고, 그것에 항고한 사건도 고검에서 무혐의 결정을 유지하였고, 대검에 재항고되어 담당 대검 검사가 회피하자 다른 검사는 이 사건 수사 제기를 명하여 결국 기소되기에 이른 것입니다.

  위 불기소한 검사들은 다들 현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 내린 결정으로서 당시 검찰의 생리상 무혐의 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피고인의 행위가 바로 자유로운 언론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여 내린 그 나름대로 용기있는 결정을 한 것을 참작해야 합니다. 현재 검찰이 정치적인 사건에 관하여 권력에 추수하는 행동들을 하다가 검찰 불신이 최고에 이르렀고, 드디어 특검제가 채택된 그런 사정까지 되어있는 검찰의 위상을 생각할 때, 위 무혐의 결정들은 용기있는 결정이라고 칭찬해 줄 수밖에 없고, 이러한 검사들의 결정을 대검검사가 재기명령을 내려 공소에 이르게 한 것은 결국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공소를 하였다고 비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해서 이 사건에 대하여 무죄의 판결을 내려 사법부가 건재함을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 (피고인 이도형의 변호인 변호사 강신옥)

[이 글은 헌변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 2003-12-23, 23:31 ] 조회수 : 16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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