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환경주의자』
이상돈
브레인북스 (446쪽)
임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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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진화와 국군의 사명
헌변
 영동지역 연안과 내륙의 울창한 삼림 수십만 핵타가 불타고 산간, 가옥 수백호가 화재를 입어 국가와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국가는 이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것은 물론 사후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
때마침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당국은 진화에 관심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국가총력을 경주하지 않았고, 고작 10여대의 삼림청 헬리콥터가 주간에 한하여 물을 날라 살포하는데 그쳤으니 사실상 난 화(wild fire)에 속수무책이었다.
우리 헌법에는 국군의 사명으로 국가안보와 국토 방위를 규정함으로써 전·평시의 군에 대한 포괄적인 역할과 기능을 부여하고 있으며, 대통령령인 군인복무 규율에는 군의 임무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있음을 구체적으로 적시해놓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군대가 없는 나라는 없다. 군사력의 질과 양은 다르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적정 규모의 군대를 모든 나라가 다 보유하고 있으며, 그들의 존재가치는 국가의 주권과 영토, 그리고 국 민을 안팎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데 있는 것이다. 전·평시를 막론하고 군대는 그 3대 기능인 전쟁수행, 전쟁억제 그리고 사회개발이란 보편적 역할에 충실하도록 납세자인 국민의 돈으로 국가가 양성·운영하는 공익조직이며 국가정책 도구이기도 하다.

MOOTW(戰爭外 軍事作戰)

특히 비전쟁기간 중에도 적정규모의 군사력을 보존하는 이유는 군대가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기능은 물론 사회개발의 일익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른바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전쟁외 군사작전(MOOTW)이란 기능이다.
이는 군대가 천재지변 및 재해대처, 내란 및 폭동진압, 자원보호 및 통제, 마약거래 및 밀수단속, 대민지원 등 전쟁직전 또는 비전쟁시의 군사작전을 담당함으로써 국민의 군대이며 국가의 군대로서 존립하는 한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일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해마다 겪는 동남아 우방국가의 홍수, 해일, 지진 등 사태에 미태평양 사령부 가 투입되어 주민구출 및 구호와 지원통제 및 보호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담당할 조직구조와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산불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었고, 개인이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경찰이나 민방위대원으로서는 그 능력에 한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전투작전의 일환으로서 당연히 진화임무에 투입돼야할 군대가 금번사태를 외면하였음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태만한 당국의 대처

특히 거센 불길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번지고 있음에도 해당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여 민간을 대피시키고, 군사력을 투입하여 불길의 예상진로를 원방차단·봉쇄하는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당국에 대하여 직무유기라고 비판할만하다.
국가의 내부적 안보위협과 직결되는 화재를 진압함이 군대의 임무가 아닌 것으로 인식해서인지, 군 통수권자나 군사당국이 진화요청을 접어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촉즉발의 위기사태에 국가안보의 주도적 역량을 담당하는 군대가 나서지 않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대형 원자력발전소 인근까지 불길이 접근했음에도 안이하게 대처했던 안보 불감증을 문제로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원자력발전소가 피해를 입었더라면, 국가자원 손실과 전력공급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방사능 누출로 국내 및 국제 재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가공할 만한 국가안보 위협임에도 당국의 경고나 사태분석·평가조차 없었으니 이 나라의 안보불감증세 수준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난날 소련과 미국이 겪었던 체르노빌과 쓰리마일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의 참상을 기억조차 못했다면 한심할 뿐이다.
다행히 바람이 자고, 약간의 비가 내려 미약한 소방력으로도 겨우 불길을 잠기는 했지만, 만약 사태가 악화되어 원자력발전소가 폭발이라도 했다면, 핵투발과 맞먹는 엄청난 국가재앙과 지구생태계 파괴를 자초할 수도 있었음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에게 요구되는 기능

그러나 현재까지 당국은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사후 대책마련에 임하지 않고 있다. 언론은 금번 산불의 원인규명과 예방대책 마련 그리고 교훈을 다루지 않고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사회의 공기인 매스컴도 공익기능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이와 관련하여 재앙의 재발과 악순환을 막기 위한 당국이 취할 조치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 유사한 위기사태는 지방행정당국이나 삼림 청 또는 농림부가 담당할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회 의를 개최하여 위기관리를 논의하고 해당지역에 대 한 국가안보적 차원의 국가총력대응조치가 취해지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바, 평시에 여사한 사태에 대비한 조직과 기능 그리고 장비를 갖추고서 출동태세를 취하고 있어야 한다. 비단 산불뿐만 아니라 민간선 박이나 항공기에 대한 해난구조나 항공구조도 마찬가지이다.
셋째, 산불예방을 위한 입산통제와 함께 입산자의 화기휴대 및 산중취사를 엄격히 금지시키고, 실화자나 방화자의 가증·증형처벌을 법제화해야 한다.
넷째, 지방행정단위별로 관할지역책임제의 산불방 지책을 마련하여 국가자원보호를 위한 예방활동에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산불방지를 위한 국민계도와 교육은 물론 범국민 캠페인을 연중무휴로 전개함으로써 전 국민의 화재예방 불감증을 해소해야 한다.
여섯째, 산림청의 산불진화용 대형 헬리콥터의 대량추가 도입과 민·관·군 산불진화 및 방재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토록 해야 한다.
일곱째. 생태계 복원과 피해복구를 위한 범국가적 노력과 지원을 집중적으로 경주하여 제2차적 후유증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당국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 사후 재해지역 선포로 국민의 조세부담을 늘리고 뒷북치는 현 실안주와 임기응변에 급급한 사후약방분 격의 전시 행정과 대증요법에 만족치 말고, 산불사태 방지를 위한 적극적 예방활동과 사태발생시 신속한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가용수단을 총동원한 국가안 보적 차원의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차제에 국군의 사명이 전투작전뿐만 아니라 비전쟁 군사작전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고 임무 수행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 이선호 (군사학회부회장/헌변명예회원)

[이 글은 헌변의 공식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 2003-12-23, 13:41 ] 조회수 : 14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