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환경주의자』
이상돈
브레인북스 (446쪽)
임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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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의 '불고지처벌조문'에 관한 건의서
헌변
 
건 의 서

(국가보안법의 『불고지처벌조문』에 관하여)

1. 존경하는 대통령께
국가의 안전은 시민들의 충성심 없이는 불가능합니다.시민들의 충성심을 요구하지 못하는 헌법체제는 그 생존자체가 유지되지 못합니다. 헌법 제39조에 의하여 모든 국민이 법률이 정하는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것은 바로 우리 헌법이 국민에게 청구하는 충성의무인 것입니다.

이에따라 대한민국 국민(남자)은 병역법 제3조 제86조 제87조 제88조에 따라『신체검사를 받지 않거나』『소집을 받고도 나오지 않거나』등 부작위에 대하여 충성의무 불이행으로 처벌받게 되어있습니다. 이것은 전쟁터에서 살해당하는 위험을 무릅쓰라고 국가공동체가 충성의무를 강요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 내일밤 10:30에 군지휘관들이 회의중인 군용시설을 고성능 폭탄으로 폭파할 임무를 띄고 잠입한 간첩의 계획을 알면서 경찰파출소에 이를 신고하지 않았고 그래서 다음날 밤에 이 군용시설이 폭파되고 주요 지휘관이 살상되었더라도 미리 뻔히 알면서 부작위로 그냥 보고만 있던 시민을 불고지의무폐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것이 타당한 일 이겠습니까. 전쟁터에서 적군에게 사살될 위험을 무릅쓰라는 충성의 의무와 150m 옆의 경찰파출소에 가서 신고하거나 전화 한마디로 신고하는 수고를 하라는 충성의무를 비교할 때 어느 것이 시민의 희생을 더 요구하는 것입니까.

2. 타인에 대한『위해의 임박(危害의臨迫)을 보고도 팔짱끼고 구경만해도 괜찮은 자유, 이를 구출할 수고(救出할手苦)를 아낄 부작위의 자유(不作爲의 自由)에 관하여는 일찍부터 법철학자나 실무가들 사이에 수많은 논쟁이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개인에 대한『위해의 임박』이 아닌 공동체나 국가에 대한『위해의 임박』에 처하여서까지 나 하나의 수고를 아낄 부작위의 자유는 훨씬 용납되지 않습니다.

하물며 나라가 외적의 위협에 처할때에는 그런 부작위의 자유를 용납하여서는 국가의 존속이 타격을 받습니다. 우리 한반도의 대한민국 헌법은 역사상 유례없는 위험스럽고 예측하기 어려운 반국가단체로부터 대량 살상무기로 위협을 받고있는 상황입니다. 이 점에서 불고지의 부작위범(不作爲犯)은 처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일부 의견은 안이한 생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월남전에서 내일밤에 월남정부 군부대를 습격할 임무를 띄고 잠입한 베트콩의 계획을 알면서 신고하지 않고 팔장 낀 시민들을, 이른바 진보적인 민주인사들은 인노센트(innocent)시민이라고 옹호하였습니다. 그래서 화가난 정부군대가 법만 가지고는 안되겠다고 전투행동을 위법하게 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공산주의를 싫어하는 시민들이 과반수를 훨씬 넘는다고 믿어지는 상태에서 공산주의를 민족주의로 가장한 소수파에게 월남정부는 쓸어졌던 것입니다. 충성심이 없거나 약한 다수파가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소수파에게 타도된 좋은 본보기입니다.

3. 현행 국가보안법을 꾸준히 반대하는 시민들이 꽤 있는 것은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입니다.그런 유권자들의 선거운동 덕택에 공직에 선출된 분들도 많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한사람이라도 권력의 남용으로 인한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줄 압니다. 그러나 실제로 누가 현행 국가보안법으로 인하여 그렇게 고통이나 불편을 느낍니까.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충성을 강제 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반대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대하여 충성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반대합니다. 말없는 다수의 시민들은 국가보안법 때문에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믿습니다. 말없는 다수의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튼튼해지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충성을 당연한것으로 느끼고, 알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4. 사람들은 위험(危險)에 대비하여 아까운 보험료를 지급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땀흘려 번 돈의 큰 부분을 세금으로 내어 과중한 국방비를 부담하는 것도 국가공동체에 대한 위해(危害)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하물며『임박한 위해』를 파출소에 신고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고 대한민국이 위험에 처해도 팔장끼겠다는 자유를 주자는 일부의 의견은 대한민국의 진정한 다수 시민의 인권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제3조 제4조 제5조 소정의『대한민국을 타도하려는 무장조직』『대한민국 영토안에서의 무장활동 폭파파괴』『군사기밀간첩활동』『암살계획』『납치계획』『무장조직, 무장활동, 폭파, 암살납치계획에 대한 지원활동』을 대한민국 관계 공무원에게 신고하지 않고 팔짱끼는 부작위를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대한민국 공동체를 아끼는 견지에서 철회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 역사에 큰짐이 될 수 있는 중대사이므로 보다 신중하고도 책임있는 검토를 하여주시기 바랍니다.(본 서신이 공공의 광장에서 논의되기 위하여 공개됨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1999. 09. 03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회 장 정 기 승

[ 2003-12-23, 13:29 ] 조회수 : 13582